[김영재 기자] 1월23일 ‘극한직업’이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극한직업’은?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3.5/5)
서장(김의성)이 혀를 끌끌 찬다. 그 이름이 무색한 마약반 때문이다. 강력반이 폭력배 일망타진에 필로폰 2kg 압수까지 해낼 때 마약반이 해낸 건 잔챙이 수확뿐. 이대로 가면 부서의 존립 자체가 위험한 상황. 이에 후배 도움으로 업자 이무배(신하균)의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한 고 반장(류승룡)은 팀원 장 형사(이하늬), 마 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서고, 필사즉생필생즉사의 각오로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한다. 실적 없는 팀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윗선의 엄포에 퇴직금을 미리 당긴 것.
하지만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한다. 마 형사의 손맛이 파리 날리는 치킨집을 SNS 맛집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직업이 적성에 안 맞는 마약반, 드디어 적성을 찾은 걸까.
EBS 교양 프로그램 ‘극한 직업’에서 제목을 따온 게 분명한 영화 ‘극한직업’은, 그간 ‘스물’ ‘바람 바람 바람’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유명 작품의 제목을 ‘오마주’란 미명 아래 차용하는 일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행태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이 한국 코미디 영화는 그 시답지 않은 차용으로 이미 관객의 웃음보를 간질간질한다. 일명 ‘대사 맛’이 좋은 감독으로 알려진 이 감독은 그 연장선에서 유명인과 유명 상호를 대사에 등장시키는 것과 더불어, 형이 동생을 “형”이라고 부르는 등의 인물 간 코미디 합(合)으로 웃음을 배가시킨다.
상영이 끝난 후 남는 건 ‘재밌다’는 감탄뿐인데, 이는 한국 영화의 병폐로 지적돼온 교훈 및 신파를 배제한 이 감독의 용단 덕이다. 그의 말끔한 외모처럼 작품 역시 말끔하다.
‘극한직업’ 웃음의 5할은 배우 류승룡으로부터 출발한다. 지난해 설 즈음에도 ‘염력’으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 류승룡은, ‘극한직업’에선 보다 간결하고 강력한 웃음을 품에 안긴다. 반장 소리가 세상 제일 듣기 싫은 아내를 둔 마약반 반장에서 얼떨결에 명품 가방을 턱턱 사줄 수 있는 맛집 사장으로 도약한 캐릭터는 그 자체만으로 웃음을 주고, ‘배달의 민족’ ‘BBQ’ 광고 모델로 맹활약한 배우의 전사는 그 웃음을 카타르시스로 강화시키는 것이다.
진선규를 비롯한 동료 배우와의 연계 플레이가 웃음의 겉면이라면, ‘배민 아저씨’ ‘치킨 아저씨’로 소모된 과거 이미지를 그 자신이 연기로 체화하는 모습은 겉을 지탱하는 단단한 알맹이다. 그래서 극 중 고 반장이 치킨 배달을 주문 받을 때 내뱉는 친절하고 익살스러운 인사말은 비로소 트라우마를 이겨낸 류승룡의 빵빠레(팡파르)와 다름없다.
신파가 떠난 자리를 메우는 건 액션이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코미디와 액션은 마 형사가 양념 치킨 소스를 제조하듯 감독의 의도 아래 일정 비율로 배합된다. 특히 이무배를 보좌하는 선희(장진희)의 액션은 로봇 같지만 동시에 시원시원하다. 허나 ‘잠복 수사 중 차린 치킨집이 대박 터지다’란 설정, ‘척하면 척’ 코미디 합에 비하면 그 액션은 ‘극한직업’만의 특색이 덜하다. 약 100명이 서로 육박전을 벌이는 대규모 액션 신이 그나마 볼만하다.
‘돈에 쫓기는 형사’ ‘금보다 비싼 치킨’ ‘유행을 좇는 대중’ ‘개인을 린치 하는 방송국’ 등에는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하지만 가족 관객이 설 연휴에 관람할만한 ‘재밌는 영화’로 소비될 이 영화의 속살을 탐구하는 일은, 치킨과 함께 배달된 치킨무 숫자를 세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쓸데없다는 뜻이다. 웃자. 1월23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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