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2019년에 등장한 2020년형 연식의 비밀

입력 2019-02-01 08:00  


 -차대번호 연식표기, 24개월 앞서도 무관
 -2020년형은 '2020년식' 표기돼 있어

 기아자동차 내놓은 2020년형 쏘렌토를 두고 연식변경(Model Year) 개념에 혼선이 온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제품 등장 시점이 2019년 1월임에도 '2020년형'이라고 붙인 것 자체가 잘못된 '연식표기'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 차대번호에는 2020년식으로 표기돼 있어서다. 그런데 2019년 생산된 제품에 '2020년식' 차대번호를 표기해도 되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정답은 '그래도 된다'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차대번호 등의 운영에 관한 규정> 2조4항에 따르면 '모델년도'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흔히 소비자들이 언급하는 '연식(年式)'이다. 규정에 따르면 '연식'은 '자동차가 실제 생산된 연도와 관계없이 24개월 이하 생산 기간 내에 자동차 모델을 구별, 지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연도'로 규정돼 있다. 그러니 2019년에 생산해도 차대번호에는 2020년 기호를 넣을 수 있다. 2019년 1월에 판매가 시작됐어도 '2020년형'이라 부르면 '2020년식'이 된다는 뜻이다.  

 당연히 불합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중고차 가격 산정에 혼선이 올 수 있어서다. 그래서 자동차등록증에는 차대번호 외에 최초등록일도 기재토록 돼 있다. 연식과 실제 등록 후 사용 기간 등을 감안해 중고차 가격이 형성되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차대번호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1954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차대번호(VIN, Vehicle Identification Number)'는 당시만 해도 개별 제조사마다 고유의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본질적 기능은 이동 수단이라는 점에서 27년이 지난 1981년,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가 알파벳 및 아라비아숫자를 섞은 17개의 기호(숫자+문자)로 차대번호를 표준화했다. 이 때 알파벳 'i, o, q'는 아라비아 숫자 '1, 0, 9'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배제됐고, 차대번호 가운데 10번째 기호가 의미하는 생산년도 기호는 'U'와 'Z', 그리고 아라비아숫자 '0'이 제외됐다. 'U'는 'V'와 혼동될 수 있고, 'Z'는 숫자 '2'와 비슷하며 아라비아숫자는 '1~9'만 사용하자는 약속이었다.   

 1981년 체계화 됐지만 이전인 1980년을 기준으로 처음 사용된 기호는 알파벳 'A'다. 이후 알파벳과 숫자 조합에 따라 동일 기호가 도래하는 기간은 30년으로 확정됐다. 1980년식에 'A'를 사용했다면 30년이 지난 2010년이 'A'였고, 2019년인 올해는 10번째 자리에 'K'가 부착된다. 물론 30년 전인 1989년에도 연식기호는 'K'가 사용됐다. 하지만 쏘렌토에는 2020년을 의미하는 'L'이 생산연도 기호로 표기돼 있다. 앞서 언급한 24개월 이내 표기가 허용된 만큼 2020년식 차대번호를 부착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같은 사례는 자동차업계에선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6년 8월 나온 쉐보레 말리부는 재고가 소진되기도 전에 '2017년형' 계약을 받아 일부 소비자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고, 2011년 4월에는 현대차가 투싼ix를 내놓으며 '2012년형'을 붙여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나마 당시는 1분기라는 시점이 너무 이르다는 비판이 있어 연식변경 표기의 빠른 교체를 자제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쏘렌토 사례처럼 연식변경이 빨라지는 이유는 2019년 1월이라도 차대번호는 2020년으로 돼 있어 신차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나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지만 연식을 받아들이는 소비자 입장에선 이제 2019년이 시작됐는데 2020년형이 등장하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물론 반대로 보면 2018년 차대번호라도 2019년이 최초 등록 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고차 가격도 시점이 맞지 않으면 늘 중간에 놓고 가치를 산정한다. 제조물의 생산과 판매 시점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매년 1월1일 이듬해 연식이 줄지어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보다 제조물의 연식이 앞서가는 세상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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