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보다 상용차 연료 절감이 우선
-승용 EV 늘면 미세먼지 감축 효과 낮아
에너지연구원이 내놓은 '2018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력을 만들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원료는 석탄이다.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2017년 52.4%에 이른다. 그 뒤를 원자력(33.5%), LNG(11.4%), 수력(1.6%), 석유(1.1%)가 잇는다. 이 가운데 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많은 부문은 당연히 석탄화력발전이다. 따라서 정부도 노후화 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등 대책 마련이 분주하다.
그런가 하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도로이동오염원 부문의 정책은 전기차 확대다. 당장 머플러에서 나오는 배출가스가 없다는 이유로 평균 1,300만원의 돈이 지원되고 세액감면이 이뤄진다. 하지만 필요한 전기는 여전히 석탄화력으로 만들어 공급한다. 그러니 미세먼지가 자동차에서 석탄화력으로 옮겨진 것일 뿐 전체적인 감축효과는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실제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안상진 박사는 지난해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전기차의 역설:한국의 미세먼지(PM2.5)’ 보고서에서 "EV가 늘어날수록 미세먼지 또한 증가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비중이 25%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미세먼지는 0.653㎍/㎥ 낮아지는 반면 전기차를 위한 전력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1.147㎍/㎥이 상승해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배출밀도는 오히려 0.494㎍/㎥ 증가한다는 계산을 도출했다. 전기차 늘려봐야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전기차의 종류다. 발전 부문의 미세먼지를 자동차가 상쇄하려면 승용이 아니라 상용전기차가 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루 평균 35㎞ 주행에 불과한 승용보다 104.8㎞(교통안전공단 2018 주행거리 통계)를 운행하는 사업용차를 전기로 바꿀 때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등의 화석연료 사용량이 줄어야 도로 부문에서 미세먼지 감축이 많이 이뤄지는데, 기름 사용량은 승용보다 상용이 월등히 많아서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서 상용 전기차는 전무하다. 경상용 전기 트럭이 있지만 등록대수는 많지 않다. 그래서 1t 소형 디젤 트럭을 전기차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국고보조금 1,800만원을 주겠다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돼 있고, 지방정부 보조금을 더하면 최대 2,300만원까지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럼에도 제품이 없어 구입은 불가능하다.
물론 최근 현대차가 1t 포터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한 르노삼성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이미 활용되는 소형 상용 전기차 플랫폼이 있는 만큼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이 등장해 실제 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발휘하려면 지금의 보조금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생산대수도 많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승용이든 상용이든 전기차는 보조금이 지배하는 시장이어서다.
따라서 일부에선 현재 운행되는 1t 소형 디젤 트럭의 전기차 개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완성차회사의 신차만 보조금으로 도와주는 것보다 이미 운행 중인 소형 디젤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게 미세먼지 저감에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후 경유차의 저공해조치에 이미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음에 비춰 개조를 외면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내연기관의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LPG 엔진에도 보조금을 주는데 개조는 지원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이다. 보조금 사용의 명분이 친환경이라면 효과는 훨씬 많이 나오는 쪽도 고려하자는 뜻이다.
박재용(자동차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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