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이 “또 봐요” 할 ‘쇼! 오디오자키’, 라디오가 ‘마리텔’을 만났을 때 (종합)

입력 2019-03-13 15:12   수정 2019-03-13 18:58


[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tvN이 라디오에 도전한다.

tvN ‘쇼! 오디오자키’의 제작발표회가 3월13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영준 PD, 성시경, 소유진, 붐 등이 참석했다.

‘쇼! 오디오자키’는 오디오 자키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콘텐츠를 ‘보이는 라디오’ 형식에 담아낸 예능 프로그램. 이영준 PD는 “영상 매체가 발달한 요즘이지만 역으로 오디오 듣기에 더 집중하는 유행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라는 말이 있듯 늦은 밤 라디오 감성에 빠지는 것을 젊은 층이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더라”며, “‘라디오와 오디오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에 작가와 고민을 시작했다. 한편 ‘이게 과연 이 시대에 통할까?’란 걱정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운전 중 붐의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경험을 “생쇼”라는 어휘와 함께 언급하며, “보이는 라디오를 너무 재밌게 하더라”고 기억했다. 결국 이날의 경험은 이영준 PD가 라디오와 오디오를 결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라디오에서 음악을 틀거나 광고가 나올 때 DJ들이 무엇을 하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방송용 스토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드리는 데서 오는 색다른 재미를 의도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이동식 오픈 스튜디오에서 ‘공개 라이브 오디오 방송’이 진행되고, 오디오 자키는 그만의 매력이 드러나는 코너를 선보인다. 몬스타엑스 기현은 “‘쇼! 오디오자키’만의 장점은 모든 방송이 닫힌 스튜디오 안에서 이뤄지는 것에 반해, 우리 방송은 이동식 스튜디오 앞이 유리로 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방송 과정도 볼 수 있고 이동도 가능하다. 산에 갈 수도 있고 바다에 갈 수도 있다. 여러분 집 앞에서 할 수도 있다”고 알렸다.

오디오 자키의 방송은 각종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청취할 수 있고, TV를 통해 그 뒷이야기를 포함한 준비 과정과 진행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영준 PD는 “tvN에는 라디오 주파수가 없기 때문에 요즘 활성화된 팟캐스트를 이용했다. 팟빵과 유튜브 tvN 공식 채널에서 라디오 생방송을 하고 있다”며, “편성은 매 촬영 때마다 바뀐다. 청취자 분들은 그 순서대로 들으시고 방송은 방송용으로 편집해서 나간다”고 했다. 출연진이 경쟁을 펼치는 방송은 아니다. 그는 “타 방송처럼 1등부터 꼴등까지 정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며,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신 그 지역 청취자 분들께서 모니터 평에 좋은 점, 나쁜 점 다 적어주신다. 10점 만점 점수를 매겨서 1등 발표를 하고 그 1등이 다음 편성국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성시경, 박명수, 소유진, 붐, 몬스타엑스 주헌, 민혁, 기현, 원호가 오디오 자키로 나선다. 가수, 배우, 아이돌의 면면이 눈에 띈다. 다섯 오디오 자키는 방송 제목 및 시그널 음악 선정, 코너 구성에 참여하는 등 저마다 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후문.

특히 ‘잘 자요’란 유행어로 더 유명한 성시경은 MBC FM4U ‘FM 음악도시’ 이후 약 5년 만에 라디오에 복귀한다. 예고편에서 그는 라디오를 “7년 연애한 여자친구”에 비유했다. 성시경은 “제작진이 내가 필요한 이유로 ‘라디오 냄새를 주기 위해서’를 말하더라. 예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가 기존 라디오에서 해오던 걸 바라셨다”며, “내 라디오를 좋아해주셨던 분들께 좋은 이벤트와 선물이 될 거 같았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방송에서 ‘잘 자요’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성시경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 유행어는 내가 만들고자 해서 만든 게 아니었다. 초반에 청취자 분들께 끝인사를 응모 받았다”며, “오전 2시에 끝나는 방송인데 가끔 한 달에 한 번 뒤에 방송이 생방송 할 때는 ‘잘 시간은 본인이 정하고 나중에 잘 자요’ 하기도 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잘 자요’ 대신 ‘또 봐요’를 약속한 성시경. 그는 취재진의 ‘잘 자요’ 실연(實演) 부탁에 “‘잘 자요’는 청취자 분들과 2시간 동안 함께한 다음 끝인사로서의 의미”라며, “기자님을 처음 뵙고 ‘잘 자요’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사 잘 쓰시고 잘 자요’란 말로 폭소를 모았다.


‘쇼! 오디오자키’ 탄생에 영감을 안긴 붐은, 현재 SBS 파워FM ‘붐붐파워’ DJ로 활약 중. 그는 “6시에 라디오 끝나고 바로 우리 방송을 시청하시는 게 내가 원하는 그림”이라며, “음악 나갈 때 가만히 있지 못하고 각종 추임새를 넣는 편인데 거기에 안무 등이 결합된 쇼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라디오와 차별화되는 일명 ‘붐 쇼’를 예고했다.

소유진은 SBS 파워FM ‘소유진의 러브러브’, KBS 해피FM ‘FM 인기가요’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진행한 라디오 베테랑이다. 그는 “라디오니까 소통을 해야 하는데 내가 요리가 초보라 요리에 집중하느라 사연을 못 읽겠더라”며, “결론은 ‘연습만이 살길’이었다. 남편(백종원)에게 우리 방송 얘기를 하니까 본인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전문가임에도 카메라 앞에서 실수했다며 칼질이나 기본기를 연습해야 어떤 레시피가 귀에 들어와도 요리도 하고 소통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줬다”고 백종원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몬스타엑스는 ‘쇼! 오디오자키’로 첫 고정 예능 프로그램을 꿰찼다. 각종 방송에서의 활약으로 ‘예능돌’로 자리매김한 몬스타엑스다. 민혁은 “일단 이영준 PD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고 해 웃음을 모았다. 이어 “회사 사장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팀의 대중성이 조금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대중 분들도 잡고 팬 분들도 잡아서 슈퍼 스타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보이는 라디오는 영상 매체에 대항하기 위한 라디오의 자구책이고, 이를 그 영상 매체인 방송사가 자사 방송 포맷으로 사용하는 것이 ‘쇼! 오디오자키’의 흥미로운 점.

특히 ‘라디오의 이면을 TV를 통해 볼 수 있다’는 특징에서는, 인터넷 방송 중계로 유명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의 유사성이 발견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경우 인터넷 방송에 함께하는 누리꾼들의 댓글 참여가 재미의 한 축이기도 하다. 이영준 PD는 “타 방송에 댓글이 있듯 라디오도 댓글, 사연, 문자 등이 있다”며, “우리 방송도 그 시스템을 똑같이 하고 있다. 밤에 키득키득 하며 ‘별밤’을 즐겨 들은 세대로서 라디오의 형태는 그대로 두고 싶었다”고 라디오도 소통의 창구가 있음을 설명했다. 또한, 이영준 PD는 “‘마리텔’이 방송을 먼저 보고 그것이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이 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면, ‘쇼! 오디오자키’는 방송을 먼저 듣고 라디오 방송 중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TV로 확인하는 느낌”이라면서, “일단 귀로 먼저 듣고 눈으로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귀로 듣고 눈으로 확인하다. 이 같은 시도는 연출자에게 도전이다. 이영준 PD는 “나도 실험적으로 도전해보는 것이기에 결과가 어떨진 잘 모르겠다”며, “다만 이 도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듣고 눈으로 나중에 보는 가치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움에 도전한 ‘쇼! 오디오자키’의 가치를 알아봐주길 희망했다.

“이 안에 종합 선물 세트처럼 쇼와 정보와 즐거움과 다양한 콘텐츠를 실었다”고 붐이 소개한, tvN ‘쇼! 오디오자키’는 3월17일 오후 6시 10분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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