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불편 지역 중심으로 시범도입 필요성 제
한 마을에 30명이 거주하는 곳이 있다. 마을에 사는 10명은 직접 운전이 가능한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20여명은 별도의 이동 수단이 없어 불편함을 느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단체가 버스 사업자를 통해 마을과 읍내를 오가는 노선버스를 운행키로 결정한다. 이른바 '이동권의 보장'이다.
이동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마을에서 읍내까지 20㎞라고 가정할 때 한번 버스를 탈 때마다 1,200원을 요금으로 낸다. 20명이 동시에 타면 2만4,000원에 이르고 왕복 기준으로 4만8,000원이다. 하지만 버스가 한번 왕복할 때마다 기름 값으로 1만원이 소요되고 하루에 5회를 운행하면 연료비만 5만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용자는 20명에 불과해 한 번 읍내를 오갈 때마다 버스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운전자 인건비와 버스 감가상각비용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따라서 누군가 지원하거나 버스 이용 요금을 대폭 올리지 않으면 버스 사업자는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해 적자는 세금으로 메워지고 버스는 계속 운행된다. 최근 버스 파업이 정부 지원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명이 읍내를 오갈 때 모두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쨌든 하루 1회 왕복, 탑승으로 보면 두 번을 타지만 첫 차와 막차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9시에 타고 6시에 되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탑승자가 별로 없을 때는 배차 시간을 늘려 운행 횟수를 줄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배차 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한두 명이라도 이용자가 있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이동은 곧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사람이 없어도 운행은 해야 한다. 한낮 텅텅 비어 있는 버스가 운행될수록 적자인 것을 누구나 알지만 교통약자 또는 교통불편이 따라온다는 점에서 세금 또한 끝없이 투입된다.
그래서 대안으로 꼽히는 게 복지형 구간 카풀이다. 동네에 자가용을 보유한 사람들 또한 읍내를 오간다고 할 때 시간과 방향만 같다면 함께 타면 된다. 지금도 허용되는 호의동승이다. 그러나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호의가 아니라 유상운송을 이용해야 하는데, 버스와 택시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구간에서만 승차공유가 허용된다면 어떨까? 마을 입구에서 읍내 방향, 또는 읍내에서 마을 방향으로 이동하는 자가용 또는 화물차의 탑승공간을 유료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다. 이 경우 복지택시와 노선버스 운행에 따른 세금 지원이 사라지되 이 구간을 이동하는 사람은 부수입을 챙길 수 있어 '윈-윈'이다. 물론 이용자는 버스 비용 정도만 내고 이동하면 된다. 추가 요금은 복지 차원에서 이동을 시켜준 사람에게 자치단체가 지급하면 되고, 이후 비용을 서서히 낮추면 그만이다. 이런 사업 모델에 굳이 이름을 붙이면 '복지형 승차공유'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아이디어가 현실로 등장하려면 여러 장벽이 존재한다. 이동을 제공하는 방법은 버스 외에 여전히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시범 선정 지역은 택시조차 움직이기 싫어하는 지역부터 하되 화물차 또한 모빌리티 서비스 도구로 활용되도록 허용하면 된다. 짐도 싣고 사람도 이동하니 일석이조다. 화물차 또한 특정 구간에서 카풀이 매칭되면 부수입을 챙길 수 있어 마다할 리 없다. 그리고 이 방식이 활성화되면 굳이 자치단체가 과도하게 세금을 투입해가며 버스를 운행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중단할 수 없다면 운행 횟수라도 줄여 적자 보전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버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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