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습 명령 후 돌연 취소…"전쟁땐 유가 150弗 넘을 것"

입력 2019-06-21 16:29   수정 2019-09-19 00:01

이란이 미국의 무인항공기(드론)를 격추시켜 미국이 군사 공격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국 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저녁(현지시간) 미군의 이란 공습을 승인했다가 작전 착수 10분 전 이를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트윗을 통해 “미국은 이란의 세 지점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며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150여 명에 이를 것이란 보고에 드론 피격 대가로는 너무 크다고 여겨 작전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군 항공기가 공중으로 이륙하고 전함을 배치하는 등 공격 직전 작전 중단 명령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미군 드론이 간첩 활동을 위해 이란 남부 영공에 들어와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은 공격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제재는 이란에 타격을 주고 있고,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인사들을 인용해 “미 행정부가 작전을 중단했지만 공격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영공을 침범한 이번 사건을 유엔에 회부할 것”이라며 “이란 영공과 영토, 영해를 확고히 지킬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IRGC는 이날 미국 드론 파편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영해에서 수거했다”고 발표했다. IRGC 측은 “드론 격추 당시 근처에 조종사 등 군인 30여 명이 탄 미군 정찰기도 이란 영공을 침범했으나 IRGC는 사람이 없는 드론만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대화 가능성이 낮아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CIA 출신으로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엘리사 슬롯킨 하원의원은 “미국도 뚜렷한 전략이 없고 이란도 그렇다”며 “이는 오해와 실수가 겹쳐 전쟁으로 치닫기 딱 알맞은 조합”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이 이란 공습을 결정하기 전 먼저 이란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모든 결정을 트위터로 알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비밀 편지를 보낼 이유가 없고, 그랬다 해도 이란은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원유시장에선 미국과 이란이 군사 충돌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원유의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자국 항공사들에 대해 이란 영공인 호르무즈 해협 상공과 오만해 인근에서 비행을 금지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영국·네덜란드·호주 항공사들도 노선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헨리 롬 유라시아그룹 이란·이스라엘 부문 선임연구원은 “중동 내 국지전만 발생해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고, 중대한 분쟁이 발생하면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랍 문제 전문가 마이클 루빈은 “원유는 이전에도 배럴당 100달러였던 적이 있다”며 “무력 충돌 시 실제 가격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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