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내연기관 종말 시점 언급한 BMW의 교훈

입력 2019-07-08 16:00  


 -내연기관 시대 길어야 30년 남아
 -국내 자동차도 미래 예측 필요해

 "2050년이면 내연기관이 사라질 것이다." "아니다, 역할이 축소될 뿐 그 이후도 살아남을 것이다." 이들 두 주장은 자동차 동력 전환 관련 회의 또는 세미나가 벌어질 때마다 매번 벌어지는 논란이다. 해당 분야 종사자에게는 그야말로 미래 생존이 걸린 일이어서 각 진영의 전문가들이 첨예하게 맞서며 미래 동력의 전환 시점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역사적으로 이동 수단을 움직이는 동력은 '사람-말(馬)-내연기관(Engine)'의 변화를 거쳐왔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동력은 '인간'이다. 가마를 짊어졌고 수레가 발명된 후에는 바퀴 달린 인력거 시대가 전개됐다. 하지만 사람의 힘은 강하지 못했던 만큼 무거운 것을 이끄는 동력으로 말(馬)이 활용됐다. 인간과 말의 동력 시대를 합치면 적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오른다.

 반면 19세기에 등장한 내연기관의 역사는 불과 150년 정도에 그친다. 앞선 동력 시대의 역사와 비교하면 '찰나(刹那)'에 머물 뿐이다. 하지만 환경 측면에서 내연기관은 지구를 가장 빨리 오염시킨 기계 문명으로도 꼽힌다. 동력을 만들 때 사용하는 화석연료 때문이다. 그래서 말(馬)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엄청난 힘으로 문명의 빠른 발전을 가져왔지만 기름을 태운 후 바깥으로 내보내는 배출가스가 오히려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낮춘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동력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수많은 자동차회사와 각 나라의 고민이 들어간다. 동력 전환의 필요성과 방향성은 충분히 인지하지만 대체 언제부터 새로운 힘, 그 중에서도 전기동력이 득세하느냐를 예측하는 일이다. 여전히 전력의 대부분을 석탄이나 LNG 등의 화석연료를 통해 얻는 점도 고려해야 하고, 내연기관 기술 발전을 통한 배출가스 감소 수준도 감안해야 한다. 나아가 정치적으로는 동력 전환에 따른 일자리 변화 등도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새로운 동력을 활용하려면 인프라도 구축해야 하고, 동력의 저장과 유통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을 망라했을 때 내연기관의 시대의 종말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이런 가운데 BMW가 최근 글로벌 내연기관차의 종말 시점이 늦어도 2050년이라고 선언했다. 연료별로는 디젤이 앞으로 20년, 가솔린은 30년 정도를 내다봤다. 전력 충전 인프라가 아직 미약한 러시아와 중동, 중국 서부와 내륙 등은 향후 10~15년간 여전히 내연기관에 의존하지만 중국 해안과 상하이, 베이징 등의 대도시는 10년 안에 배터리 전기차(BEV)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그 즈음 유럽은 점진적 변화를 수용해 내연기관이 PHEV로 바통을 넘길 것으로 확신했다. 이에 따라 BMW는 향후 유럽의 엄격해진 배출가스 기준 충족이 어려운 1.5ℓ 3기통 디젤엔진과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잉여 동력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가솔린 V12 엔진의 배제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일어나는 내연기관과 전기동력의 혼재 시대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미래를 대비하기로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BMW가 내세운 미래예측 시점의 확신이다. 설령 2050년 내연기관의 주력 시대가 저물지 않더라도 그때까지 동력의 주된 전환은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서다. 쉽게 보면 앞으로 30년 동안 공장의 생산품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꾸고 그에 따른 생산 인력의 축소, 그리고 전력 생산 또한 석탄에서 신재생으로 대체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비록 BMW라는 단일 기업이 내놓은 예측이지만 그들 스스로 글로벌 공동체의 환경 규제, 각 나라의 고용과 세제, 에너지 변환 등을 총체적으로 망라했을 때 내연기관의 종말 시점을 2050년으로 정한 것이어서 단순히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기업들이 예측하는 전환 시점은 언제일까. 물론 그 예측에는 BMW와 마찬가지로 글로벌과 국내의 고용, 세제, 발전 방식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하겠지만 여전히 여러 분야가 망라된 통합적인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직접 목격한 광경이 이를 입증한다. 전기 전공자는 전기차의 주력 시대가 마치 곧 올 것처럼 말하고, 내연기관 전문가는 3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둘 사이에 발전 부문을 언급하는 에너지 전문가들은 각 자의 전공에 따라 입김을 낼 뿐이다. '신재생을 늘려야 한다, 석탄 줄이고 원자력을 더해야 한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어려우니 석탄 대신 LNG를 확대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뒤엉켜 있다. 단, 여기서 확실한 것은 그 어느 누구도 한국 내 동력 전환 시점을 예측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저 '언젠가'로 끝내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이제는 '언젠가'가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언제부터'를 정확히 명시해야 할 때다. 그래야 계단을 밟으며 단계적으로 동력 전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 이동 수단의 동력 전환 기간은 점차 짧아지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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