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민 갈등 키우는 트럼프…야당 女의원에 "무능한 나라 출신" 트윗

입력 2019-07-15 14:15   수정 2019-10-10 00: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야당 여성의원 4명을 겨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의 ‘인종차별적 폭언’을 퍼부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사자들은 “미국이 내 나라”라며 반발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미국을 다시 하얗게’ 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민주당 진보파’ 여성의원들에 대해 “이들은 완전히 재앙이고 최악이고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나라 출신”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들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미국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목소리를 높여 사납게 말한다”며 “원래 나라로 돌아가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조롱했다.

이 트윗은 미 민주당의 ‘샛별’로 주목받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등 여성 초선 하원의원 4인방을 겨냥한 것이다. 4명 중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푸에르토리코계이며, 일한 오마르 의원은 소말리아계 무슬림, 라시다 틀라입 의원은 팔레스타인계,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은 흑인이다. 오마르는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코르테스는 뉴욕, 틀라입은 디트로이트, 프레슬리는 신시내티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엄연한 미국 시민권자이자 하원 의원인 이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며 유색인종은 미국인이 아니라는 식의 인종차별적 공격을 한 것이다. 코르테스 의원은 트윗을 통해 “내가 온 나라, 우리 모두가 맹세한 나라는 미국”이라며 반격했다. 오마르 의원도 트윗으로 “의회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선서를 한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최악인,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대통령에 맞서 미국을 보호하고자 싸우는 이유”라고 응수했다.

최근 이들 ‘4인방’과 이민자 단속기관에 대한 예산지원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펠로시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외국인 혐오 발언이라고 공격하며 이들의 편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미 주요 9개 도시에서 본격적인 불법이민자 추방 작전에 돌입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도하는 이번 작전은 추방 명령을 받고도 미국을 떠나지 않는 불법 이민자을 겨냥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휴스턴, 애틀랜타 등 주요 대도시에서 작전이 이뤄지고 있다.

NBC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약 2000명의 추방 대상자를 상대로 단속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성향 시장들은 이번 작전에 반기를 들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이날 시 경찰국장과 함께 나온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ICE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판사가 발부한 적법한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ICE 요원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말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그동안 이번 작전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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