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가 개발한 발사체, 항우硏은 또 연구…'R&D 불통'에 혈세 줄줄

입력 2019-07-16 19:27   수정 2020-11-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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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흔히 ‘깜깜이 예산’으로 불린다. 과학기술 분야가 워낙 다양한 데다 내용도 복잡하다 보니 꼭 필요한 분야에 나랏돈이 투입됐는지, 돈을 준 취지에 맞게 쓰고 있는지를 검증하기 힘들어서다. 저명한 과학자도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면 입을 닫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수많은 R&D 과제의 성공 가능성과 시장성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성 없는 R&D 프로젝트에 ‘목돈’이 배정되고, 예고된 실패에 ‘헛돈’을 쓰는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한정된 R&D 예산을 검증하기 어려운 수천 개 프로젝트에 나눠주는 데서 모든 비효율이 시작된다”며 “1990년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와 광케이블 R&D에 올인했던 것처럼 한국을 먹여살릴 핵심사업에 자금을 몰아줘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검증도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중구난방’ 국가 R&D 시스템

올해 국가 R&D 예산은 20조5328억원이다. 사상 처음 20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절반가량(2017년 기준 45.9%)은 정부출연연구소와 국공립 연구소 몫이다.

매년 10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쓰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술료 수입과 기업 생산성 향상 기여 등을 포함한 사업화 성공률은 20%대에 그쳤다. 영국(70.7%) 미국(69.3%) 일본(54.1%) 등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권혁동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R&D 예산을 꾸준히 늘리면서 웬만한 출연연구소에는 연구원 한 명당 5억원 넘는 자금이 배정되고 있다”며 “조직 역량에 비해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효용 효율점’을 넘어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제 몫을 못하는 배경에는 담당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이 자리잡고 있다. 국가 R&D의 양대 축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초 연구)와 산업통상자원부(응용 연구)가 따로 놀다 보니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의 성과가 산업부 산하기관으로 제대로 이전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다른 부처가 합세하면 ‘불통 비용’은 더 커진다.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대표적이다. 과거 ADD가 군사 기밀이란 이유로 발사체 기술을 공유하지 않은 탓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체 기술연구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드론(무인항공기)도 마찬가지다. 산업부 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부처가 동시에 뛰어들면서 똑같은 연구를 각자 했다. 예산 낭비 지적이 일자 정부는 “해당 부처들이 모여 공동 연구하겠다”고 했지만, 과학기술계는 “수십 년간 쌓인 칸막이가 쉽게 사라지겠느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작 필요한 곳엔 안 써

국가 R&D 예산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분야에는 자금이 수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이 최근 ‘경제보복’ 대상으로 삼은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가 대표적인 예다. 반도체 기판을 만들 때 쓰는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에 대한 정부 R&D 지원은 2017년 3월 이후 중단됐다.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정부 R&D가 한 번도 투입된 적이 없다.

정부는 일본이 이들 품목을 수출규제 대상으로 삼자 “국산화하겠다”며 국가 R&D 리스트에 다시 넣었다. ‘돈 잘 버는 대기업들이 스스로 연구개발하면 되는 만큼 국가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며 전액 삭감해놓고선 문제가 터지자 2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전형적인 뒷북행정”(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이란 비판은 이래서 나온다.

‘관제 R&D 프로젝트’가 국가 R&D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다. 공공 연구기관은 ‘연구과제중심제도(PBS)’에 따라 인건비 일부를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충당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연구주제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

실제 PBS 수탁과제는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성장’ 등 정권의 슬로건과 걸맞은 과제들이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송형석/구은서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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