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하이브리드' 공식 깨질까?
-"대체 브랜드로 이동" or "구매 잠정 보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전국적인 동참 행렬이 연일 이어지면서 사안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실제 일본 브랜드의 주류와 식음료, 의류 등 소비재 부문의 매출 감소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으며 여행 부문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일선 일본차 전시장에서는 이달 전월 대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매 운동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이미 알려진, 또는 알려지지 않은 일본 제품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리스트가 꾸준히 올라오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까지 공유된다. 실제 그 중 일부 국산 브랜드의 경우 불매 운동의 반사효과를 입어 매출이 상승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자동차의 경우 다른 제품군과 달리 브랜드 식별이 비교적 손쉽다.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티니, 혼다 등 5개 브랜드만 국내 정식 수입되며 외부 엠블럼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 대체 브랜드 역시 즐비하다. 국산 5개사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 19개의 수입 브랜드(수입차협회 기준)가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22% 추락한 가운데 일본차는 10% 성장했다. 미세먼지 이슈로 출발해 국내에 퍼진 반(反) 디젤 정서가 하이브리드 등 전통적으로 친환경차 라인업이 탄탄한 일본차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 상반기 판매된 총 2만3,482대의 일본차 중 하이브리드차(전기차 포함)가 1만4,509대로 절반이 넘는 59.8%를 차지한다. 특히 일본차 중 가장 많은 점유율을 기록 중인 렉서스는 상반기 판매의 95%가 하이브리드 제품일 정도다. '일본차=하이브리드'라고 보는 시각이 무리가 아닌 셈이다.
물론 일본차를 대체할 만한 국내 하이브리드 라인업도 탄탄하다. 현대차는 그랜저와 쏘나타, 아이오닉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운영 중이며 판매 비중은 18.2%다. 기아차 역시 K5와 K7, 니로에 하이브리드를 갖췄고 비율은 1만5,552대 중 30%다.
하이브리드는 충분한 대체제를 갖췄지만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가격이 높은 고관여 상품이다. 구매까지 정보탐색에 들인 시간과 노력은 다른 재화와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다. 일본차 구매는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한 번의 선택일 수도, 재구매를 하는 누군가에게는 수차례 경험을 통해 쌓아온 높은 신뢰의 표출일 수도 있다. 때문에 다수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고관여 제품인 자동차는 소비자들이 신중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구매하기 때문에 브랜드 전환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이론이 빗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반일 감정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고착화된다면 일본차 구매는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구매까지 들인 노력과 시간이 차를 타면서 얻을 심리적 만족감을 위한 댓가이기 때문에 내 차에 대한 여론이 지속해서 부정적이라면 선택의 명분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다.
무한 경쟁 시장에서 경쟁사의 악재는 분명 기회다. 국산 및 기타 수입차 브랜드가 일본차의 위기를 마냥 좌시할리 없다는 뜻이다. 다만 꽤나 오랜 기간동안 '하이브리드=일본차'로 각인된 소비자들의 인식을 어떻게 타개할지, 여기에 침묵으로 일관중인 일본차 업계의 무대응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할 따름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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