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중 고장 났을 때 멈추기 어려워
-국제적 기술 표준 있어야 기업이 투자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바로 '자율주행차'다. 현실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술 집합체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데이터를 확보, 축적해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해 주행경로를 예측하고, 카메라와 라이다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며, 다른 차와 끊임없는 소통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이 과정에서 소통의 고속도로는 당연히 속도가 빠른 5G 통신망이 활용된다. 당연히 지능형 도로와 연결되며 심지어 사람이 볼 수 없는 건물 뒤편의 움직임도 사전에 감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니 기존 자동차회사 외에 통신,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업 등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들의 미래지향점은 자율주행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의 종착점은 사람의 운전 개입이 전혀 없는 시점이고, 기업마다 미래를 언급할 때 자율주행의 등장은 2030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 및 인식과 달리 실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려는 기업들의 내부 속으로 들어가면 적지 않은 난관이 자율주행 발목을 잡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자율주행 기술에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콘티넨탈의 솔직한(?) 발표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얼마 전 하노버 박람회에서 콘티넨탈이 밝힌 자율주행의 기술적 어려움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첫 번째는 고속주행을 하다가 자율주행이 고장났을 때 안전하게 차를 세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자율주행의 등장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속도가 제한되는 도심 주행이 우선 될 수밖에 없지만 도심의 경우 복잡도가 워낙 높아 완벽성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은 게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센서 등의 오류가 났을 때 사고 위험에 대한 회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도심이 선택되고 그만큼 상용화도 늦어진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운전자가 없거나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 만큼 기술적으로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인간 운전자보다 높은 수준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동 수단 내부 센서의 다양한 결합은 물론 외부 상황에 대한 탐지 능력이 뛰어나야 하지만 아직 기술은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세 번째는 흔히 언급되는 규제의 문제다. 아직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정이 없어 기업마다 선제적으로 기술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환경을 지목한 셈이다. 자율주행의 경우 여전히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지만 자동차는 여러 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이어서 국제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현재 이뤄지는 각종 기술 투자의 경우 대단히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특정 부분에 한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수용도가 낮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딜로이트가 올해 초 내놓은 '2019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의 신뢰도에 의문을 품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여러 나라 2만5,000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미국의 경우 응답자의 39%만이 자동차회사의 자율주행차를 신뢰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년의 47%보다 낮아진 결과다. 물론 중국의 경우 신뢰도가 높았지만 이는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정도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조사를 수행한 딜로이트 또한 결과를 토대로 자율주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전반적으로 매우 천천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점을 기반으로 콘티넨탈이 내린 결론은 자동차회사 뿐 아니라 IT 기업들이 언급하는 '2030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나아가 그 이후에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장벽 뿐 아니라 제도적 차원에서도 어느 하나의 국가가 주도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어서다.
물론 자율주행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엔진이 자동차에 탑재된 이후 지금까지 인간 운전자 역할 축소를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특정 조건에서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됐고, 이후 안전성을 위해 '스마트' 기능을 넣어 부분적이나마 브레이크 페달에서도 발이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이제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기능이 첨단운전자지원기능(ADAS)이다. 하지만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도 여전히 완벽하지 못한 상황에서 콘티넨탈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는 것이 2030년 가능할까를 묻고 있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100% 기계를 믿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콘티넨탈은 기계를 믿는 일은 결코 쉽게 이뤄질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오히려 지적하는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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