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달 461억4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0% 줄었다. 지난해 12월(-1.7%)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반도체 단가 하락에 따른 수출액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반도체 수출액은 74억63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8.1% 감소했다. 석유화학(-12.4%) 석유제품(-10.5%) 철강(-21.7%) 등의 수출 실적도 나빴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이 16.3% 줄었다.
지난달 수입은 43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등의 영향이 일부 반영돼 9.4% 줄었다.
무역수지는 24억4000만달러로 90개월 연속 흑자였지만 작년 7월(68억7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수출 부진에 대해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車 빼고 주력 품목 '역주행'…하반기 수출 반등 어려울 듯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D램(8Gb 기준) 가격은 작년 7월만 해도 개당 7.99달러였으나 1년 만에 3.39달러로 57.6% 하락했다. 경기 위축에 따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반도체 추가 매입을 미루고 있어서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년 평균 20.9%에서 지난달 16.2%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수출이 작년 12월(-1.7%)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이 같은 반도체 판매 부진 영향이 가장 크다. 반도체 가격은 최근 들어 ‘반짝’ 상승했으나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이다. D램 단가는 지난달 9일 개당 3.01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같은달 31일 3.63달러로 소폭 올랐다.
반도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10억달러 이상 수출한 11개 품목 중 수출이 늘어난 건 자동차(21.6%)와 자동차부품(1.9%)뿐이다. 일반기계(-5.0%) 석유화학(-12.4%) 석유제품(-10.5%) 철강(-21.7%) 디스플레이(-18.3%) 등 9개 품목의 수출은 역주행했다.
국가별로 따져봐도 수출 감소세는 확연하다. 최대 교역국인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달 16.3% 줄었다. 중국 수출 감소는 작년 11월(-3.2%) 이후 9개월째다. 미국(-0.7%) 일본(-0.3%) 중동(-36.0%) 중남미(-23.6%) 등으로의 수출도 부진했다.
미·중 무역분쟁에다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본격화하고 있어 하반기 수출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규제가 7월 수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지만 2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까지 확정되면 이달 이후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조 등 공정에 필요한 주요 소재 및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지난달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정밀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9.4%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당초 예상과 달리 하반기 수출이 반등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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