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등에 따르면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역내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범위한 국제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도 이날 “호르무즈 해협 (항행) 문제의 국제적 해법을 찾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와 함께하길 고대한다”며 다른 나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이번 결정은 그간 영국이 주장해온 유럽 주도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계획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지난달 새로 출범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 내각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 편에 서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를 대비해 영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고 이전부터 꾸준히 주장해왔다”며 “존슨 총리는 미국 정부와 무역·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유럽 주도 호위 연합체는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이 지난달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패배하기 전에 내놓은 계획”이라며 “영국 내각이 기존 방침에서 방향을 틀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국은 이란 핵협정 탈퇴 등 미국의 대(對)이란 ‘최대 압박’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에 자위대를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힌 일본도 방침을 바꿨다. 미국 주도 연합체엔 참여하지 않는 대신 독자적으로 자위대를 파견할 계획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중동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호위함 등 함정은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 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본은 수입하는 원유 중 80%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어 미국과 이란의 눈치를 모두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은 미국 주도 호위 연합체와는 별도로 자체 경비에 나설 것”이라며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향후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 호르무즈 일대 경비에 무임승차해 동맹국인 미국을 화나게 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이란과의 관계도 나쁘게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보호하는 다국적군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일대에서 유조선 피격과 나포·억류 사건이 여러 번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과 5일 연이어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계획을 놓고 한국과 일본을 거명하며 양국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란은 미국 등의 호르무즈 해협 방위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이 그동안 페르시아만 해상 공세에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했지만 이젠 아니다”며 일대 해역에서 외국이 군사적 공세를 펴면 적극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애초 페르시아만 긴장을 고조시킨 쪽은 미국”이라며 “불을 지른 자가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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