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을 통해 신규 확보한 자금 2000억원 대부분을 콘텐츠 제작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지상파 3사의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수출을 목표로 한 예능 등에 투자하겠습니다. 넷플릭스처럼 ‘웨이브’에서만 독점 공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만들 겁니다.”
다음달 18일 출범하는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의 이태현 대표(51)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의 ‘옥수수’, 지상파 3사의 ‘푹’이 합쳐져 새롭게 출범하는 플랫폼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지상파 3사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을 통해 각각 옥수수와 푹을 운영해왔다. 두 서비스는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합병 승인을 받았다. 웨이브 운영을 책임질 이 대표는 KBS 교양PD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취임했다.
국내 OTT업계는 넷플릭스에 맞설 ‘토종 OTT’인 웨이브의 성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넷플릭스에 이어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가 연내 출범하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까지 국내에 진출하면 국내 OTT 시장이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웨이브가 국내 드라마 제작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넷플릭스가 선보인 전략과 비슷하다. 넷플릭스는 tvN의 ‘미스터 션샤인’ ‘아스달 연대기’ 등 대작에 직접 투자했고, 이를 통해 국내 킬러 콘텐츠를 대량 확보했다. 이 대표는 “웨이브도 다음달 말 KBS 드라마의 제작비 전액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MBC, SBS 드라마에도 내년 상반기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처럼 OTT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유료 가입자가 500만 명 이상 돼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체 유료 가입자가 110만 명 정도인데 이번 통합을 계기로 가입자가 늘어나면 2년 안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콘텐츠 수도 크게 늘린다. tvN, OCN 등 CJ ENM 채널의 콘텐츠를 제외한 지상파 3사,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 콘텐츠를 전부 공급할 예정이다. 방송 콘텐츠뿐만 아니라 영화, 해외 미니시리즈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복잡한 요금제도 개편한다. 현재는 50여 종에 달하는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개선해 넷플릭스처럼 화질 등에 따라 7900원, 1만900원, 1만3900원 요금제로 나눈다.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SK텔레콤과 처음 협상할 때부터 해외 진출을 논의했다”며 “지상파 등 각 방송사의 드라마와 예능을 묶어 블록딜(일괄 매각)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조직 규모를 키운다. 합병 이전 콘텐츠연합플랫폼 직원은 60명 정도였다. “합병을 추진하면서 SK텔레콤에서 임원 2명을 포함해 총 10명의 핵심 인원이 넘어왔습니다. 20명을 더 충원했는데 해외 진출 등에 필요한 인원 등 100명 이상을 뽑을 계획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