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터져나오는 조 후보자의 의혹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정체와 해명이 다 모호한 사모펀드 출자, 위장매매·전입 논란, 딸의 논문 스펙쌓기와 ‘황제 장학금’ 등 의혹이 꼬리를 문다. ‘법무’장관 후보인지 ‘무법’장관 후보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여당과 청와대는 그를 감싸지만, 여권과 지지층 일각에서도 남에게 더없이 엄격하면서 자신에게는 그토록 관대한 데 대해 당혹해한다. 야권과 여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는 어제 “딸의 부정입학 의혹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정면돌파 의욕을 보였다. 청와대도 “조 후보자의 의혹이 부풀려져 청문과정에서 검증될 것”이라고 옹호했다. 인사청문회 당일만 넘기면 된다는 속마음이 읽힌다. 하지만 ‘공정함(fairness)’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청년들의 분노를 대충 넘길 수 있다고 봤다면, 여론을 잘못 읽어도 한참 잘못 읽은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봤듯이 내가 아닌 누군가일지라도 특혜와 반칙으로 기회를 박탈 당하면 절대 못 참는 게 요즘 젊은이다.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돌렸다는 <90년생이 온다>에 상세히 나와 있다.
‘조국 사태’는 기득권 기성세대의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이 젊은이들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단 현 정권뿐 아니라 야권 인사들도 오십보백보다. ‘내로남불’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 모두가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가짐으로 돌아봐야 할 문제다. 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이라고 우쭐댔지만 정작 정신세계는 못사는 나라들보다 나을 게 뭐가 있나. 양심도, 성찰도, 반성도 없는 부도덕한 불신(不信)사회의 전형이 아닌가. 그렇기에 최순실 사태 때 ‘이게 나라냐’고 했던 청년들이 ‘이건 나라냐’고 되묻기 시작했다.
대학사회도 심각한 ‘불신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외고생이 인턴 보름 만에 어렵기로 소문난 병리학 분야 영어논문 제1 저자로 등재되고, 그런 ‘스펙’으로 진학한 게 사실이라면 누가 한국 대학들의 입학사정과 논문을 신뢰하겠는가. 흙수저 청년들은 ‘빽’ 없음을 탄식하고, 부모들은 ‘능력’ 없음을 자식들에게 미안해하게 만들었다.
이대로는 신뢰사회가 요원하다. 뼈를 깎는 자성(自省)이 축적되지 않고선 도달할 수도 없다.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노력과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청년들의 박탈감과 분노도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세대에 어떤 ‘정신세계’를 물려줄지 이제 기성세대가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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