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어느 순간부터 경제·산업과 소통하며 각 분야에서 융복합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홍익대 현대미술 최고위 과정’을 통해서였죠. ‘예술과 산업의 만남’을 슬로건으로 내건 최고위 과정이 ‘경제와 문화의 가교’를 지향하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하게 된 것도 어쩌면 운명 같습니다.”
다음달 3일 개강하는 ‘홍익·한경 현대미술 CEO 과정’을 총괄하는 이선우 홍익대 미술대학원장(61)은 22일 기자와 만나 한경과 함께 최고위 과정을 운영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97년 ‘홍익대 현대미술 최고위 과정’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과정은 1기부터 43기까지 15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그는 “미술이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부가가치로 등장하면서 단순히 그림으로 끝나지 않고 산업디자인, 건축 등 모든 범주에 융복합되기 시작했다”며 “기업가부터 일반인까지 창의적인 역량을 도모하기 위해선 미술을 올바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을학기 강좌부터 한국경제신문사가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최고위 과정 이름은 ‘홍익·한경 현대미술 CEO 과정’으로, 슬로건은 ‘예술에 활력을, 경제에 품격을’로 바뀌었다.
15주 동안 열리는 최고위 과정의 강좌는 동서양 예술과 경제를 주축으로 미술시장-미술과 경제, 작가 연구, 건축과 디자인, 미술과 과학, 음악과 미술의 연계·융합 등 다양한 주제를 망라한다. 영화 ‘친구’를 만든 곽경택 영화감독이 ‘영화와 예술, 경제’를, tvN 프로그램 ‘알쓸신잡2’ 출연자로 유명한 유현준 홍익대 건축대학 교수가 ‘현대의 미술관 건축’이란 주제로 강의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사를 전공한 송병건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와 미술사 대가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준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도 강의에 나선다. 이 원장이 구성한 프로그램과 강연자들이다. 그는 “현실과 연관성 있는 주제들을 연결해 난해한 현대미술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융합과 창조의 21세기에 예술이 어떤 변화를 제시해야 하는지 등 미술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분야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는 방식으로 최고위 과정을 이끄는 배경엔 미술을 바라보는 그의 오랜 관점이 깔려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 원장은 기존의 도제식 전통수묵화와 ‘이별’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수묵화를 다시 바라봤다. 그의 수묵산수화에는 기암절벽을 표현한 절경 대신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판자집이, 하얗게 비워놓는 여백이 아니라 막힌 벽이 가득 채워져 있다. 작품 속 풍경도 사물과 사람을 단순화해 표현한 동양화와는 달리 사물의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묘사했다. 원근법을 철저히 지키는 실경을 표현해 서양화에 더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음과 양, 상승과 하강 등 동양 철학의 숨은 상징을 담은 동양 화풍에 논리적 시각 및 사실적 시선과 같은 극단적 개념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풀어 온 서양화 스타일을 창의적으로 융합해 새로운 미적 가치로서 소통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번 최고위 과정을 통해 많은 기업인이 현대미술에 대한 틀이나 철학적 사고의 경계를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작가와 미술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술은 자기 삶의 무늬이자 삶의 가치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입니다. 이번 최고위 과정을 통해 기업인들이 미술에 대한 갈증을 풀고, 자기 자신과 소통하며 문화적 바탕을 형성해가리라고 확신합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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