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애로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겠다"는 장관

입력 2019-08-22 18:12   수정 2019-08-23 00:17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조치로 반도체산업 외에도 정밀기계·화학 등 타 산업으로 어려움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충남 천안의 반도체 기업인 엠이엠씨코리아를 방문해 현장 기업인들에게 한 말이다. 이 장관의 이날 방문은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제한 조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련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목소리를 듣기 위한 취지였다. 이 장관은 이날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보복과 관련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고 있다는 것도 설명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한 3개 반도체 소재(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관련한 업무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부처 장관이 기업을 찾아 어려운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정작 고용부는 한·일 경제갈등 상황에서 적절하고도 선제적인 조치를 하고 있는가를 짚어보면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지난달 초 일본이 반도체 관련 3개 소재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이후 고용부가 내놓은 대책은 해당 품목의 국산화나 제3국 수입 대체 노력에 연장근로가 필요하면 ‘특별히 연장근로를 허용해주겠다’는 발표가 사실상 전부다.

그 외에 고용부가 추가로 내놓은 일본 규제 관련 대책은 없다. 굳이 찾자면 청년들의 일본 취업길을 막는 정도다. 고용부는 다음달 열릴 예정이던 일본 기업 취업박람회를 연기했고 이달 열리는 전국 순회 해외취업설명회에서 일본 관련 정보를 빼기로 했다.

그런 가운데 기업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방안 법안은 국회에서 6개월째 방치돼 있다. 심지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당장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50~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도입을 늦추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법 개정이 어렵다면 정부가 시행규칙 또는 고시를 고쳐서라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고용부는 묵묵부답이다.

장관이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비상사태를 맞은 기업들의 호소를 들어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해 노무관리 유연성을 높여주는 정책을 산업 현장에선 더 원한다. 노동계가 반대한다면 그 설득 또한 노동 주무부처 몫이다.

이 장관은 이날 “지역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중앙정부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의견 전달이 아니라 현장에 필요한 정책 수립과 집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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