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관저를 빠져나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담화를 통해 “한국 정부가 협정의 종료를 결정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안전 보장의 문맥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일본의 수출관리 운용 수정(무역규제 강화)을 관련지었지만 두 가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한국 정부에 단호히 항의한다”고 강조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번 결정을 포함해 한국이 극히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하고 이날 밤 9시30분께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NHK,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속보와 호외로 긴급히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간 갈등 양상이 경제 분야에서 안보 분야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의 이유로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한 만큼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때마침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이 잦아지는 상황인 만큼 한·미·일 안보협력에 큰 금이 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 정부가 악화된 국내 여론을 의식해 일본에 초강경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장 지소미아 종료로 일본은 북한 미사일 등의 발사 초기 정보 접근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이 북한과 관련해 풍부하게 보유한 인적 정보(휴민트)를 통한 정보 접근도 끊기게 된다. 분초를 다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한 대응에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통해 개별적으로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게 돼 한·미·일 동맹 구조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이번 조치로 일본이 강경조치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이후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를 내주는 등 어느 정도 유화조치를 취했는데 한국이 ‘강(强) 대 강’ 대치를 유도 했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소미아와 관련해선 이날 오전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연장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매체들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신화통신과 차이나데일리 등은 청와대의 발표 직후 “한국이 일본과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협정인 지소미아 폐기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중국은 지소미아 체결 당시부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표출해왔다. 지소미아 체결이 한·미·일 3각 동맹 강화를 통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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