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하자 정치권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응당 취해야 할 조치”라며 안보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각종 의혹을 덮기 위한 노림수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與 “전날만 해도 연장이었는데…”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 직후 논평을 통해 “응당 취해야 할 조치로 평가하며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범진보 진영의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와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도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공식 입장과 달리 여당 내에서는 의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왔다. 전날만 하더라도 정부·여당 내에서는 지소미아를 연장하되 실질적인 정보 교류는 하지 않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데에는 전날 중국 베이징 외곽 구베이수이전에서 열린 한·일 양자회담에서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과의 대화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원칙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라며 “일본이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연장해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어제까지만 해도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이 유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제 강 장관과 고노 다로 외무상의 양자회담 결과가 막판 결정을 뒤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와 동시에 야당 등에서 제기하는 안보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기정 청와대 수석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가 있기 전부터 한미동맹구조를 축으로 한·미·일 상호 간 필요한 정보교환이 이뤄져 온 방식들이 있다”며 “안보와 관련해서는 별 다른 걱정 없이 안정감 있는 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이날 지소미아 파기 결정 직후 국회를 찾아 이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등 각 당 원내대표를 만나 지소미아 파기 결정과 배경을 설명했다.
野 “조국 정국과 무관치 않아”
야당은 정부의 결정에 안보 우려를 표하면서도 최근 불거진 조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이번 결정이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로 조 후보자에게 쏠린 이목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측에서 (지소미아 파기) 대책을 설명한 부분은 없었고 한·일 간 갈등 문제가 지소미아 파기로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를 강 수석이 말했다”며 “결국 역사에서 시작된 갈등이 경제와 안보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 정부가 전통적인 한미동행과 한·미·일 공조보다도 북·중·러 체제로 편입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지소미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신중하게 고민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솔하고 감정적인 대응에 실망”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더 나아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이 조 후보자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국(曺國)을 지키기 위해 온 국민의 조국(祖國)을 버렸다”며 “결국 국익, 국민의 안전, 대한민국 안보보다도 문재인 정권의 이익과 안위가 더 우선”이라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윤상현 한국당 의원 역시 “어제까지 다 연장하는 거로 얘기하다 도대체 무슨 큰 이슈가 있길래 갑자기 180도 정책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하다”며 “갑작스러운 파기 이유를 모르겠고, 무슨 대형 이슈를 덮으려고 한 것인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김소현/김우섭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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