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문법' 깨우친 대기업…"구독자 수 쑥쑥 올라갑니다"

입력 2019-08-23 17:27   수정 2019-08-24 01:03


“‘고요한 택시’가 배차돼도 당황하지 말고 타셨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습니다. 강추(강력 추천)입니다.”

청각장애 택시기사가 운행하는 ‘고요한 택시’를 탄 승객의 소감이다. SK텔레콤이 고요한 택시 전용 T맵 앱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 담겼다. 지난 4월 올린 이 영상의 조회 수는 62만 건을 넘어섰다. 잔잔한 감동을 줘 SK텔레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의 유튜브 활용 전략이 달라졌다. 맞춤형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올리는 ‘유튜버’가 됐다. 사내 직원 크리에이터(영상 기획·제작자)를 선발해 키우고, 외부의 스타 유튜버와 협업해 구독자 수 늘리기에도 나섰다. 구독자 수 50만 명을 돌파한 대기업 유튜브 채널도 나왔다.

구독자 수 50만 명 속속 돌파

대기업들은 유튜브를 주로 광고 채널로 활용해왔다. 본 영상이 시작되기 전에 TV용으로 만든 자사의 CF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시청자가 3~5초 후면 건너뛸 수 있는 광고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skip(건너뛰기)’을 눌러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대기업들이 유튜브 활용 전략을 바꾸고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기업이 SK텔레콤이다. 이 회사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올 들어 두 배 이상 급증해 지난달 50만 명을 넘었다. 유튜브 채널 관리를 담당하는 한현정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 리더는 “‘유튜브 문법’에 맞춘 콘텐츠를 기획·제작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히트작이 ‘고요한 택시 x T맵 택시’ 영상이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T맵 택시에 고요한 택시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요한 택시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코액터스와 협업했다. 청각장애 택시기사가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앱도 개발해 공급했다. 이 서비스를 활성화하려면 선입견을 깰 필요가 있었다.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는 의사소통이 불편하고, 위험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었다.

SK텔레콤은 유튜브를 활용하기로 했다. 영상엔 고요한 택시 이용자의 소감과 안전성을 설명하는 전문가의 인터뷰 등을 넣었다. 고요한 택시 탑승으로 단순노동을 주로 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일자리와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도 담았다. 김대연 디지털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이용자의 눈높이로 접근하는 데 유튜브가 최적 채널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내 인력 키우고, 외부와도 협력

KT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도 최근 50만 명을 넘어섰다. 사내 직원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선발해 키운 전략이 통했다. KT는 지난 2월 사내 공모를 통해 유튜브 크리에이터 10명을 선발했다. 지난달에 또 36명을 뽑았다.

회사 유튜브 채널에는 ‘콘크리트(콘텐츠 크리에이터)’란 코너를 마련했다. 여기에 이들이 제작한 영상 총 22편을 올렸다. 최다 조회 수를 기록한 콘크리트 영상 콘텐츠는 조회 수가 16만 건에 이른다. 이강욱 KT 디지털마케팅팀 과장은 “1인 미디어가 활성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사내 크리에이터를 직접 육성해 활용하고 있다”며 “사내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매월 전문적인 영상 편집 교육과 유튜버 강좌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 스타 유튜버와 협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스타 유튜버 ‘씬님’ ‘소근커플’ ‘하늘’ 등이 롯데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브이로그’ 영상 콘텐츠를 올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T는 ‘박막례’ ‘승헌쓰’ 등과 협업한 영상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유튜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튜브 문법’이 알려지면서 유튜브를 기업 소통 채널로 활용하려는 대기업의 시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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