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상폭을 3.20%로 결정했다. 당초 올해와 같은 3.49% 인상을 계획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가입자 단체의 거센 반대로 난항을 겪다가 우여곡절 끝에 3.20% 인상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복지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 3.49% 인상을 계획한 것은 2018년 인상률이 2.04%에 그치면서 남은 4년간 3.49%씩 올려야 5년 평균 인상폭을 3.20%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인상폭이 3.20%로 결정돼 2021년과 2022년에는 3.63%씩 올려야 정부가 스스로 밝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운데 부담을 더 질 수 없다”는 가입자 단체의 반대를 감안하면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 22일 회의에서도 가입자 단체들은 보험료 동결까지 요구하며 복지부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은 23일 건보료 인상과 관련해 의견문을 내고 “기업과 국민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를 밝혔음에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케어 확대로 작년 말 20조6000억원이었던 건보 기금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8년 만에 당기 적자(1778억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 394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예상했던 수준”이라지만 보험료율 인상폭이 목표치를 밑돌아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재인 케어 확대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 적용 질환 확대에는 가입자 단체도 이견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건보기금에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하거나 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3년 기금 적립 규모를 10조원 이상에 맞추겠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 보험료율 인상폭이 목표보다 0.29%포인트 낮아지면서 연간 보험료 납부액은 200억~3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보험료율 인상폭이 결정된 직후 “국고 지원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 건보료 수입액의 13.6%인 국고 지원율은 내년 14%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고 지원이 이후에도 계속 늘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업 실적 악화 여파로 법인세를 비롯해 전반적인 세수가 줄고 있어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