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는 미국 외교의 독초"…협상파트너 원색 비난한 北이용호

입력 2019-08-23 17:27   수정 2019-11-21 00:01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실명을 언급하며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이 외무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린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며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외교의 독초”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 등 막말을 동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1일 미국 정치전문지 워싱턴이그재미너와 인터뷰하면서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무상은 이 인터뷰를 “망발”이라고 했다. 또 “아직도 미국이 제재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면 저 혼자 실컷 꾸게 내버려 두든지 아니면 그 꿈을 깨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며 미국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위해 그들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반드시 깨닫도록 해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직접 불만을 나타낸 것은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 후 처음이다. 이 외무상이 직접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그동안 외무성 대변인이나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대미 비난 수위 조절을 해왔기 때문이다.

애초 미·북 실무회담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종료 후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20~23일 방한한 것도 이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아킬레스 건이나 다름없는 대북제재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오며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협상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 외무상의 담화 발표 시점도 미묘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다음날이자 비건 대표가 미국으로 돌아간 날 발표했다. 오는 29일 최고인민회의도 앞두고 있다. 9월엔 유엔총회가 열린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성명의 위상이나 타이밍, 내용 모두 상당히 의미 있다”며 “한·미·일 안보협력 약화와 북·중 관계 개선을 최대한 활용하며 핵 보유를 굳히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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