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해외 시장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에 이어 인도 시장에서도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차이나 쇼크’는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올 상반기(1~6월) 판매량은 42만4062대에 그쳤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한창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55만2421대)보다 23.2% 쪼그라들었다. 사드 보복 이전인 2016년 같은 기간 판매량(약 80만 대)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는 자본잠식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중국 1공장 문을 닫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비상벨’ 소리는 되레 커지는 모양새다.
부진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사드 보복의 여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SUV 붐이 일었지만 현지에서 통할 만한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한 점도 판매량 급감의 원인으로 꼽힌다. 또 현지 토종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중국 토종업체들 사이에 끼여 ‘어정쩡한’ 처지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승승장구해온 인도 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인도 시장 판매량은 21만7770대다. 작년 같은 기간 판매량(27만5136대)보다 20.9% 급감했다. 현지 경기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판매량 급감을 견디다 못해 이달 ‘일시적 감산’에 들어갔다. 판매량이 줄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나선 것이다. 올 하반기 이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도 시장 점유율 2위인 현대차가 일시적 감산에 들어가면서 이달부터 본격적인 인도 시장 공략에 돌입한 기아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이달 초 인도 시장에 내놓을 첫 번째 차량인 소형 SUV 셀토스의 양산에 들어갔다. 기아차 인도공장은 216만㎡ 규모 부지에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수요 및 판매량 예측을 다시 하고 중·장기적인 생산량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