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거래 신고 안하면 과태료 부과
26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대차(전·월세) 신고 의무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이날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주택 임대차 계약 시 30일 이내에 임대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및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중도금·잔금 납부일 등 계약사항을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도록 했다. 공인중개사가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중개사가,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거래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신고해야 한다. 보증금이나 월세 등 임대차 가격이 변경됐을 때도 중개인 또는 임대인이 변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를 했다가 적발되면 각각 100만원,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택임대차 계약을 신고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를 부여한다. 임차인이 동주민센터에서 따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오피스텔과 고시원 등 비주택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구체적인 임대차 계약 신고 지역과 신고 대상 보증금 규모 등 세부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법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범사업 지역과 신고 대상 임대료 금액을 결정할 것”이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 매매계약은 2006년 도입된 부동산 거래신고 제도에 따라 실거래 정보를 반드시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은 정식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이 계약을 갱신할 때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임대사업자가 아닌 일반 임대인은 이런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임차인 보호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 의원은 “정확한 임대차 시세 정보가 제공되면 임차인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진다”며 “임대소득에 대한 투명한 과세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등 일부 대도시에서 실시 후 확대”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법안이 올해 말 통과되면 이르면 2021년부터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추진해온 국토부와 공동 검토,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국토부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신고 지역 등 세부 시행 방식을 확정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대차 정보 확보와 거래 투명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한국감정원이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통해 전·월세 거래 미신고 임대주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기준 임대용으로 추정되는 주택 673만 가구 가운데 확정일자 등의 정보를 통해 임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택은 총 153만 가구, 전체의 22.8%에 그쳤다. 국토부는 전·월세 신고제에 이어 전·월세 상한제도 도입할 전망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7년 7월 취임할 때 “단계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며 “이를 위한 선행작업으로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되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올해 발생한 연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분리과세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다가구 등 주택 한 채로 임대를 놓아 노후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은퇴자들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 가구가 10가구 안팎인 다가구·원룸 보유자들은 잦은 임대차 신고에 따른 불편이 예상된다. 매매계약과 달리 임대차 계약은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늘어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 의원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세종 등 일부 대도시에서 일정 보증금 이상의 거래에 대해 시범적으로 신고 의무화를 시행하고, 시행 경과와 효과 등을 분석해 추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석/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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