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25일(현지시간) “한국 방어를 더 어렵게 하고 미군에 대한 위협을 키울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대변인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것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기존에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 것을 넘어 ‘한국 방어’와 ‘미군에 대한 위협’까지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미국의 한국 비판 대열에 주한 미국대사관도 합류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트윗이 올라온 지 약 5시간 만에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시간으로 26일 리트윗했다. 언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 정부가 직접 한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는 뜻이다.
미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실망과 우려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국방부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인 22일 한·일 협력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가 곧바로 수정 논평으로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했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캐나다 방문 중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며 “실망스럽다”고 가세했다. 국무부도 논평을 통해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점을 문재인 정부에 거듭 분명히 했다”고 공개했다.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히 요청했다며 청와대가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이해했다”고 해명한 걸 사실상 반박한 것이다.
게다가 미 행정부는 당시 ‘한국 정부’라는 표현 대신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휴일 저녁에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트윗을 올린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3일 “지켜보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행정부 차원에선 여전히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일본에 외교서한 전달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절차를 공식 완료한 것이 이날 트윗의 계기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외교가에선 미 행정부가 조만간 시작될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내린 결정이 한반도 주변은 물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에 위협을 키운 만큼 한국이 방위비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논리를 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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