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는 2007년 처음 도입됐다.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형자료를 통해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평가해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이 제도의 도입 취지였다. 하지만 전형자료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스펙 쌓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입학사정관제는 ‘금수저 전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합격할 만한 스펙을 쌓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조씨가 입학한 2010학년도까지는 논문 등재 이력은 물론 교외 경시대회 수상 실적과 도서 출판 경력까지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었다. 사교육 시장에선 눈에 띄는 이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교육부는 뒤늦게 제도 정비에 나섰다. 2010년 ‘입학사정관제 공통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교과와 관련된 교외 수상 경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1년엔 공인 어학성적, 2013년에는 발명 특허 취득 내용을 학생부에 쓰지 못하게 막았다.
조씨 사태로 논란이 된 논문 등재 이력은 2014년에야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금지됐다. 이후 일부 봉사활동 실적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하지만 입시업계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대처가 늘 한 박자씩 느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강남 사교육 시장에서 유행한 대입 스펙을 이듬해 교육부에서 금지하는 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며 “지금도 각종 편법을 써 이른바 ‘A급 학종’을 만들어주는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평가 과정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학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해 사교육 시장을 부풀린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학생부종합전형은 여전히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입시에서는 수시 모집인원 26만8776명 중 8만5168명(31.7%)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모집한다.
내년 입시부터는 전체적인 수시모집은 물론 학생부종합전형 비중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대입개편 방안을 내놓고 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전형 비중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조씨 사태로 인해 정시전형 확대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대학 입시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확대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소장은 “정시전형 확대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학생부종합전형을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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