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통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광고로 고객을 끓게 하느냐, 가라앉게 하느냐 하는 문제는 광고주의 선택 사항이다. 대중적 친밀도를 바탕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 역사적 담론을 형성하는 유적지, 주변의 명승지들은 광고 섭외의 경쟁 대상이 되고, 피사체가 된다. 통과의례처럼 유명 스포츠 스타, 연예인, 예술가들이 광고에 등장해왔다.
이번엔 인성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손흥민 선수가 주인공이다.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슈퍼콘’ 광고는 한국이 낳은 월드스타 축구선수 손흥민을 정조준한다. 그의 남다른 성공은 슈퍼콘의 맛과 동일시된다.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가는 그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행운이 되듯 ‘슈퍼콘’을 만나는 것은 큰 기쁨으로 이어진다.
‘슈퍼콘’은 손흥민 단독 샷으로 30초의 화려한 변주를 보여준다. 손흥민과 슈퍼콘의 상생이라고 할 만큼 손흥민의 움직임이 변화하면 슈퍼손이 되고, 손흥민의 손에 잡힌 아이스크림은 맛의 결정체로써 믿음을 주고, 미완의 문자가 색채감을 주면서 호기심을 촉발한다. 손흥민은 클로즈업과 바스트 샷 사이의 얼굴로 시작해 배경색·아이스크림 색깔과 조화를 이룬다.
광고는 오른손에 절반이 잡힌 ‘슈퍼콘’, 포장지 겉면에 ‘SUPER SON·슈퍼콘, VANILLA 바닐라’를 나란히 적어 내며 손흥민의 목이 나온 얼굴 사이즈로 진전한다. 글씨 ‘슈퍼손’에 이르면 슈퍼 부분은 청색, 손 부분은 분홍을 포용한 적색이 담당한다. 연분홍 바탕에 손흥민의 측면 바스트 샷은 라운드 티셔츠 위의 청색 부분과 아이스크림의 청색 겉포장이 조화를 이룬다.
손흥민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작은 몰입을 유도한다. ‘슈퍼콘’이 초콜릿 맛을 흩뿌리고, 날리는 땅콩을 연출할 때면 추사의 흘림체로 휘갈리는 붓글씨의 리듬감과 현대미술의 추상감을 접하는 듯하다. 문자도 연기자가 된다. ‘슈퍼콘’에서 ‘콘’ 부분이 적색으로 확대돼 ‘슈퍼콘’으로 등장한다. 카메라는 두 손에 슈퍼콘을 든 손흥민을 무릎까지 보여준다. 라운드 티와 청바지가 청·적·청의 층을 이루며 태극기를 연상시킨다.
‘슈퍼콘’은 축구공과 콘의 원을 연결시키며 청색과 적색의 조화를 이뤄낸다. 연출은 사이즈 변화를 움직임으로 발전시키고, 글자의 변화와 중독·반복적 리듬과 가사로 마법을 건다. 이제 손흥민은 정지된 위치에서 양 다리를 흔들흔들 흔든다. 부담감 없이 다가오는 ‘슈퍼’ ‘슈퍼’ 가사와 리듬을 타고 청색, 적색 ‘슈퍼콘’이 자동적으로 각인된다. 손흥민은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교차시키고, 가사 ‘손’이 강조되면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완전한 바스트 샷으로 양손에 잡힌 아이스크림, 시청자 시선으로 오른쪽으로 넘긴 짧은 머리카락에 왼손에 푸른 색, 바른 손에 붉은 색 콘을 들고 단순하며 반복적인 노래 가사에 맞춰 춤을 추는 손흥민은 구매력을 자극한다. 콘의 색깔에 주목하며, 초콜릿 상부에 콘이 뿌려지는 모습은 미각을 더욱 자극한다.
사선으로 자리 잡은 과자의 ‘바삭’이라는 글씨가 경험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바삭한 콘 이미지가 강조되고, 단맛이 사정없이 흘러나오는 영상은 잔인할 정도로 결정적 구매력을 자극한다. 마침내 손흥민의 목소리로 ‘슈퍼 손은 슈퍼 콘’이라는 선언적 대사가 들려온다. 왼쪽 상단의 로고는 슈퍼콘으로 바뀌어 있다. 로고 없는 상태에서 손흥민의 ‘슈퍼콘 댄스’를 선보인다.
현대적 감각으로 모든 층을 흡인하며 촘촘한 구성으로 ‘슈퍼콘’은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슈퍼콘 4종(민트초코칩, 딸기, 바닐라, 초코, 왼편), 양손에 슈퍼콘을 든 손흥민(가운데), 슈퍼콘(오른쪽)의 모습이 강조되고, 가운데 윗부분에는 SUPERSON이 자리 잡는다. 빙그레 로고가 뜨면서 ‘슈퍼콘’ 먹을 시간임을 알리며 광고는 종료된다. ‘슈퍼콘’, 흥겹고 잔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장석용 영화평론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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