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공보다는 여론몰이
‘한국판 위키피디아’로 불리는 나무위키가 정치 싸움터로 변질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선호 등을 앞세워 나무위키를 통해 온라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정치 현안과 관련된 각종 정보들이 가짜뉴스, 소문 등으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다. 국내 인기 사이트 10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나무위키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오히려 올바른 정보 유통을 가로막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5년 개설된 나무위키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익명의 네티즌이 특정 단체나 집단을 위한 지식 사유화에 반대하고 자유로운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들었다. 위키미디어 재단이 운영하는 위키위키를 벤치마킹했다. 네이버, 다음, 구글 계정을 가진 이용자는 누구나 나무위키 아이디를 만들어 특정 단어와 현안 등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
글로벌 온라인 트래픽 조사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 순위에서 나무위키는 8위에 올랐다. 네이버, 다음, 구글 등에서 인물을 검색하면 나무위키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검색 결과를 배치한 것도 나무위키 이용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특정 정치 현안을 두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여론이 나무위키에 그대로 반영됐다. 조 후보자 관련 인물정보가 대표적이다.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9일부터 20여 일 동안 조 후보자에 대한 인물 설명이 100번 이상 수정됐다.
정치 선호에 따라 정보 수정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진영은 끊임없이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삭제했다. 예를 들어 ‘(조 후보자는) 서울대생들이 뽑은 2019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상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였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얼마 후 ‘다만 전체 수가 40만 명이 넘어가는 동문의 규모와 스누라이프(서울대 재학생 커뮤니티) 등지의 아이디를 현금을 주고 거래한다는 내용의 글이 많이 유통되고 있음을 볼 때 일개 인터넷 동문 홈페이지에서 나온 이런 결과가 대표성을 가지기는 어렵고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반박하는 문구가 덧붙여졌다.
‘서울대 동문들은 도서관에서 (학창시절의 조 후보자를) 본 적은 거의 없고 시위 현장에서 더 자주 봤다고 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이에 대해 ‘시위 현장에서 자주 봤다는 앞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조국은 시위 세력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위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인물 설명 논란이 계속되고 사실관계 확인도 어려워지면서 나무위키 이용자들은 ‘조국 인물/비판 및 논란 문서’라는 페이지를 별도로 만들어 극단적 대립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해당 페이지에 조 후보자 관련 온갖 내용이 담기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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