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시타델 위탁증권사인 메릴린치에 회원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메릴린치가 시타델증권의 알고리즘 고빈도거래를 통한 6000건 이상의 허수성 주문을 수탁했다는 게 당시 거래소 설명이었다. 알고리즘 매매는 일정 가격이 되면 자동 주문을 내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 매매하는 거래 방식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회원사들은 제재 결정 한 달 안에 정식 이의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시타델증권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의 메릴린치 제재안도 첨예한 현안이었다. 거래소는 이례적으로 8개월 동안 일곱 차례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 메릴린치는 시장감시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글로벌 잣대로 봤을 때 거래소가 시장감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알고리즘 매매를 허수성 주문으로 잘못 판단했다는 게 메릴린치 측 주장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메릴린치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거래소의 이번 제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재금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제재를 받았다는 이력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의신청서를 검토한 뒤 시장감시위를 다시 개최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의신청서에 새롭게 검토해볼 만한 내용이 없다면 굳이 시장감시위를 개최할 필요는 없다”며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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