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공장인력 30% 남아돈다…"선제적 구조조정해야 생존"

입력 2019-08-28 17:42   수정 2019-08-29 01:15

현대자동차가 이달 초 여름휴가 기간에 울산 1공장(코나·벨로스터 생산)을 전기자동차 생산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초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울산 3공장(아반떼·베뉴 등 생산)을 자동화공장으로 바꾸기 위한 사전 공사도 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미래자동차 시대 인력 구조조정’의 예고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한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 비중이 커질수록 자동차 회사가 고용하는 인력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업체가 선제적으로 몸집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차 시대에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發 구조조정 시작되나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설연휴 등을 활용해 울산 1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바꾸는 공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내년 또는 후년부터 신형 전기차(코드명 NE)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NE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활용한 현대차의 첫 양산차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전기차 전용라인이 구축되면 필요 인력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생산 공정이 단순하다. 차량 한 대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부품 수도 3만여 개에서 1만5000여 개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지금은 한 라인에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번갈아가며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인력을 줄이기 힘들다. 하지만 전기차 전용라인이 생기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라인을 돌릴 수 있게 된다. 현대차 노동조합 지도부도 조합원들에게 “전기차 전용 라인이 들어서면 공정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울산 3공장은 자동화 공장으로 바뀌고 있다. 공정 자동화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화가 계속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필요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울산 3공장을 시범적으로 자동화한 뒤 다른 공장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동화 비율이 높아질수록 인력 구조조정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초부터 외부 자문위원들과 함께 미래차 시대의 고용 감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자문위원들은 △전기차 생산 비중 확대 △공정 자동화 △자율주행 기술 발전 등을 현대차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았다. 한 자문위원은 “필요한 생산인력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사 대타협해야 일자리 지킨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와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산업이 결합하면 자동차 판매량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미국 칼라일그룹의 투자자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와 대담하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 소유가 아니라 공유를 희망한다. 제 아들도 면허 딸 생각을 안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강성 노조와 대립적 노사관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로서는 임금이 비싸고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한국에 생산기지를 둘 이유가 없다”며 “고임금 구조와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이어지면 미국 GM과 프랑스 르노가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생산설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한국의 생산물량을 줄이는 쪽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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