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진(이하 은):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은정진입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프랑스 정신과 의사이자 소설가인 프랑수아 를로르씨인데요. 프랑수아 를로르씨는 2003년 출간한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꾸준히 꾸뻬씨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꾸뻬 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정신과 의사 꾸뻬씨가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소설인데요. 소설을 통해 프랑수아 를로르씨는 인생의 궁극적 과정이자 목표인 행복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줄곧 던져왔습니다. 지난해 9월엔 신작시리즈 꾸뻬씨의 핑크색 안경을 가지고 우리 곁을 찾아왔는데요. 한국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한 프랑수아 를로르씨를 모셨습니다. 봉쥬르~.
은:꾸뻬씨 시리즈는 한국에서 특히 인기를 얻고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그 이유나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를로르:특히 한국과 독일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두 나라는 분단이라는 공통 경험이 있고 국민들이 일을 깔끔하게 잘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감상적인 면도 두 나라 국민이 비슷합니다 낭만주의가 독일에서 나왔고 한국인들도 그런 성향이 있고요. 꾸뻬씨 얘기엔 사랑과 연애 얘기도 양념처럼 들어가 있어요. 가끔 한국 드라마를 보면 눈물겨운 사랑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요. 이런 이유로 두 나라에서 인기가 있지 않나 싶네요.
은:꾸뻬씨의 핑크색 안경은 그 동안의 꾸뻬씨 이야기와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는 건지 아니면 같은 건지 무엇을 얘기하는 책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를로르:공통적인 점은 책에 여행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겁니다. 친구들 만나러 먼 나라, 가까운 나라에 가는 건 공통적인 부분이고요. 차이점이라면 꾸뻬씨의 모험마다 주제가 다른데요. 첫 번째 책은 행복, 두 번째는 사랑, 그 다음은 우정이었고 이번 핑크색 안경은 행복편에서 나왔던 한 가지 교훈을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간 책입니다.
은:행복에 관한 책에서 나온 교훈을 다뤘다고 했는데 그 교훈이 어떤 건지 말씀해 주시죠.
를로르:첫 번째 책에서 나왔던 교훈, 즉 행복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있다는 부분을 따와서 14가지로 발전시켜 봤습니다. 이번 책에선 14가지 안경이 나옵니다. 안경은 세상을 보는 걸 도와주는 거니까요. 행동심리학에 나오는 여러 가지 심리 기제를 14가지 안경에 맞춰서 설명했습니다. 가령 첫 사례는 자신의 허물과 단점을 확대경으로 보듯이 너무 크게 보지 말라는 내용이에요. 또 다른 사례는 한가지만 잘못 되면 모두 잘못된 걸로 보는 경우죠. 가령 요리를 하다가 다른 건 모두 잘했는데 고기가 탔다고 해서 그날 요리를 모두 망친 걸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다룹니다.
은:핑크색 안경을 제목으로 뽑았는데, 핑크라는 색 자체가 치유와 휴식이란 의미를 갖고 있어요. 사실은 핑크색 안경을 써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의식한 걸 실천에 옮기기가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찾아내고 써야 하는지.
를로르:핑크가 좋은 건 알지만 늘 쓸 수는 없는 일이죠. 다만 예를 들어서 회색 안경을 덜 자주 쓰는 식으로 해보자는 거죠. 매일 핑크 안경만 쓰기는 어려우니까요. 현실이 늘 핑크 빛은 아니라는 걸 아니까요.
은:한국 사람들이 50~60년전 보다 굉장히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더 많은 걸 갖게 됐는데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행복하지 않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를로르:사람들은 돈이 많아질수록 더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다만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돈의 가치가 달라지죠. 부자가 되면 더 큰 부를 원하니까요. 1950~60년대 한국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고 자식들을 잘 교육시키는 게 삶의 의미이자 가치, 행복이라는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었죠. 하지만 이젠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게 부모님들 세대처럼 명쾌하게 드러나지도 않죠. 또 자유는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선택지 가운데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확신하기도 어렵고요. 과거 선택의 자유가 많지 않았던 세대는 행복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뭔가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죠. 결과가 잘못 되면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 때문이죠.
은:그런 모든 불행을 풀기 위한 첫 번째 비밀로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을 작가님은 꼽으셨는데 남들과 어울려 사는 사회 속에서 남들과 비교하면서 살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를로르:이번 책에서도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것이 행복을 망치는 첩경이라는 교훈이 나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좋든 싫든 매 순간 비교를 하게 되죠.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어머 쟤는 나보다 더 예쁜 옷 입고 왔어’ ‘쟤는 나보다 달리기를 더 잘해’라고 하죠. 다만 비교가 늘 부정적인 것은 아니고 비교를 함으로써 향상과 전진이 가능해집니다 ‘나도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니까요. 결국 남과 비교할 게 아니라 자신과 비교하면 됩니다. 가령 어제는 이 정도 했는데 오늘은 그보다 조금 더 잘해야지 하는 식이죠 행복해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은:프랑스분이시니까 프랑스분이 느끼는 행복관이 있을 거고 한국사람, 동양인들이 겪는 행복에 대한 개념의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책을 쓰시면서 동양 문화 속에 있는 행복관은 어떤 거라고 느끼셨는지, 프랑스의 행복관과 차별점은 어떤 점이 있었는지.
를로르:프랑스는 한국에 비해서 현대사가 덜 비극적이었기 때문에 순간을 즐기는 일종의 향락주의 성향이 있어요. 또 프랑스인들은 일이 개인 생활에 지장을 주는 걸 싫어 해요. 물론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프랑스인도 있지만 일 때문에 내 삶이 망가지는 걸 원치 않는 사람들이 더 많죠. 또 한국인들은 집단적인 사고나 결정을 프랑스 사람들보다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잘 알려진대로 프랑스인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서 직장에서 가끔 문제가 되기도 해요. 하지만 최근엔 다국적기업이 늘어나면서 여러 국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프랑스인들도 달라지고 있어요.
은:한국사회가 가진 문제점, 아니면 한국사람들이 어떤 고민들을 가지고 있고 고충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를로르:짧게 한국을 다녀가고 한국분들을 만나본 바로는 한국사람들은 세대간에 소통의 문제를 많이 얘기하더군요. 부모와 자식세대의 가치관이 달라서요. 또 어릴 때부터 학교 진학과 취업 등의 경쟁에 노출돼 있어서 만약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아 난 망친 인생이구나. 실패했구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도 좋은 학교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비록 거기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다른 길을 통해서 행복을 얻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이 있어요.
은:행복의 가치를 전파하는 일을 하고 계신데 작가님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기준은 우리가 어떤 관점에서 만들어야 되는지.
를로르:전 행복합니다 물론 매일 핑크색 안경만 끼는 건 아니고 회색 안경 쓸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론 행복합니다. 운도 좋았고요. 건강한 사람은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오늘도 잘 자고 일어났구나 참 좋다’ 이러지는 않지요. 반대로 하루가 위태로운 환자가 아침에 깨면 ‘아 오늘도 하루가 나에게 주어졌구나’ 하면서 감사와 행복의 마음이 생기는 거죠.
은:많은 분들이 우울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를로르:일단 여러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자연 속으로 산책을 나가세요. 서울에도 좋은 공원이 많이 있던데요. 걸으면서 기분전환하시고. 좋은 취미를 갖는 것도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 정도로도 안되면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을 꼭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은:지금까지 꾸뻬씨의 핑크색 안경을 쓰신 프랑수아 를로르씨를 만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의 공식 유튜브 채널 NOW한경]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