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는 A씨(55세)는 주변에서 '준비된 자연인'으로 불립니다. 은퇴 후에는 전원생활을 할 생각으로 꾸준히 준비를 하고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시골에 땅을 매입하려고 주말이면 경기도 지역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러던 중, A씨는 다음달 3차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땅(900㎡)을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았습니다. 지목은 전(田)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땅 면적(2700㎡) 중에 3분의 1 지분만 경매로 나온물건이었습니다. 이른바 지분경매인 겁니다.
A씨는 직접 땅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주변의 풍광이 아름다워 전원주택을 짓기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그마한 창고같은 건물과 비닐하우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땅이 마음에 들어 경매에 적극 참여할 생각으로 권리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가압류, 3순위 가압류, 4순위 근저당권, 5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습니다. 여기서 기준권리는 1순위 근저당권이었습니다. 당연히 기준권리는 경매로 소멸됩니다. 게다가 기준권리보다 뒤에 나오는 권리들도 경매로 소멸됩니다. 즉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하나도 없게 돼 부담이 없는 물건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A씨가 의아했던 내용이 매각물건명세서에 나와 있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땅 위에는 다른 토지공유자 소유의 미등기 창고와 비닐하우스가 설치되어 있다는 내용과 함께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A씨는 법정지상권은 무엇인지, 땅을 낙찰 받으면 전원주택은 지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부동산 법률방 ]
부동산 법률방의 고준석 교수입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법제상으로는 토지와 그 위의 건물은 별개로 취급합니다. 토지와 건물이 각각 다른 사람의 소유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종종 토지와 건물 중 하나만이 경매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건물 소유자에게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법정지상권은 토지 위의 지상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법정지상권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되어야 합니다.
첫째, 근저당권설정 당시 토지 위에는 반드시 건물이 존재해야 합니다. 둘째, 근저당권설정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같아야 합니다. 셋째, 경매로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져야 합니다.(민법 제366조 참조)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는 건물 소유자를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민법 제366조 참조) 이것은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권자의 가치권과 이용권의 조절을 꾀한다는 공익상의 이유로 지상권의 설정을 강제하는 강행법규입니다. 당연히 건물 소유자는 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토지소유자는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자에 대하여 건물 철거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대신 토지사용료는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91다29194 참조)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이후에 건물을 신축한 경우입니다. A씨와 같이 토지의 공유자 중의 1인이 공유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가 토지지분만 경매가 되는 경우가 이러한 경우입니다. 이때도 당연히 법정지상권은 성립할 수 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토지공유자의 1인에 대하여 법정지상권을 인정해 주면, 이는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대해서까지 지상권설정의 처분행위를 허용하는 셈이 되어서입니다.
그러므로 A씨가 본 물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토지에 관하여 건물의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대법원 86다카2188 참조). 또한 비닐하우스의 경우에도 언제든지 철거가 가능한 시설물입니다. 법정지상권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A씨가 경매에서 땅을 낙찰받게 된다면, 전원주택을 짓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상에 건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토지만이 경매 대상이면 경우가 다릅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지 정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인수해야 합니다. 더불어 전원주택도 지을 수 없습니다.
도움 =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정리 =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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