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기환송심 전 '이례적' 입장문 낸 이유는…"상황 위중" 위기감

입력 2019-08-29 16:14   수정 2019-08-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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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9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끝난 뒤 입장문을 발표했다.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동시에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도움과 성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삼성은 201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3년여 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 주요 사안에도 공식 입장을 한번도 밝힌 적이 없다.

그만큼 재계에선 이번 삼성의 입장 발표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보통 최종 판결이 나온 시점에 입장을 내는 게 일반적인데 삼성은 파기환송으로 아직 재판 절차가 남았는데도 '잘못했다'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머리를 숙였다"면서 "그만큼 삼성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반성의 뜻을 밝혀 과거의 관행과 잘못에 대해 선을 긋는 것과 동시에 수사 결과도 나오기도 전에 총수가 '여론재판 피의자'로 전락, 리더십이 마비되는 악순환에 대한 답답함과 위기감을 호소한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농단 사태 3년여간 삼성은 계속된 수사로 리더십이 만신창이가 됐다. 이 부회장은 1심 판결에서 5년 실형 선고를 받은 뒤 지난해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실제로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수장들의 구속,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생된 노조 수사 등으로 계속 시끄러운 상태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대외경영 환경 악재에 시달리는 가운데 총수 재판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안 대응력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 사기까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게 삼성의 하소연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입장문을 낸 것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아예 도태될 수 있단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 제대로 맞서 이겨낼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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