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할아버지·욕쟁이 할머니…황혼기 새콤달콤한 러브스토리

입력 2019-08-29 17:37   수정 2019-08-30 00:34


서울 대학로에서 장기간 인기리에 상연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대학로 마지막 상연 이후 5년 만이다.

작가 겸 연출가인 위성신 극단 오늘 대표가 대본을 쓰고 연출한 ‘늙은 부부 이야기’는 2003년 초연돼 2014년까지 상연됐다. 작품은 66세 날라리 할아버지 ‘박동만’과 68세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의 로맨스를 다룬다. 사별하고 홀로 살던 두 사람이 우연히 이웃이 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배우 두 명만 무대에 올라 황혼의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오롯이 표현한다. 손종학, 김담희를 시작으로 이순재, 양택조, 사미자, 성병숙, 예수정 등 수많은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과 덕우기획이 공동 제작하며 위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29일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창작 작품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한 공연은 적다”며 “예술의전당이 지속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더 오랫동안 공연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염쟁이 유씨’ 등 실버 콘텐츠를 다수 선보였던 위 대표는 “100세 시대임에도 실버 콘텐츠가 많지 않아 집중 조망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가장 금기시했던 실버 세대의 성과 사랑, 제2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선 박동만 역을 2006~2007년 문화부 장관을 지낸 배우 김명곤과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을 지낸 배우 정한용이 번갈아 맡는다. 김명곤은 “예술의전당에서 창작극을 기획하는 데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실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공연 문화는 단순히 행정적으로 신경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작품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이런 노력이 여러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한용은 “국내 창작극이 대부분 번역극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져 창작극에 호감을 갖지 못했는데 이 작품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며 “역할이 내 또래여서 공감도 가고 캐릭터 성격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점순 역은 배우 차유경과 이화영이 연기한다. 차유경은 “실버 세대의 사랑 이야기가 유치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20~30대가 느끼지 못하는 농익은 사랑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화영은 “나이가 많은 역할이지만 큰 부담은 없다”며 “노인들의 걸음걸이와 말투 등을 지켜보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9월 2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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