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들려오는 소식마다 국민의 미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먼저 올해 740조원인 나랏빚이 4년 뒤에는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37.1%에서 2023년 46.4%로 껑충 뛰게 된다.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초저출산세대에 ‘나랏빚 폭탄’을 떠안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랏빚은 한정상속이나 상속 포기도 불가능하다.
가정살림이 그렇듯, 나랏빚이 급증하는 것은 들어오는 돈(세수)보다 나가는 돈(지출)이 훨씬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명분 삼아 내년 예산을 513조원으로 대폭 늘려 짰지만, 이 중 60조원은 빚을 내(국채 발행) 메워야 한다. 경제활력 예산(70조원)에 비해 복지 예산(181조원)이 2.6배다. 재정이 경제활력의 ‘마중물’ 역할보다 한 번 쓰면 사라지는 일회성 지출에 급급한 양상이다. 앞으로 총선·대선을 거치며 얼마나 더 늘지 알 수 없다. 올해 2% 성장도 버겁고 잠재성장률 1%대 추락 경고까지 나오는 판에 정부는 ‘2021년 세수 회복’이란 희망사항을 주술처럼 외울 뿐이다.
국가채무 못지않게 심각한 게 사회보장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점이다. 저성장과 고령화 속에 세대 간 부조로 유지돼 온 국민연금을 비롯해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의 재정 악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라는 가이드라인을 강조해 지금보다 ‘더 받는’ 쪽으로 묘안을 짜내려다 보니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
어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논의한 세 가지 개편안은 대체로 소득대체율과 기초연금 인상을 전제로 보험료를 소폭 올리거나 현행 유지일 뿐, 연금 고갈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다. 어떤 방안이든 2060년 전후에 고갈돼 지금 1020세대는 평생 보험료만 내다가 연금 수급 연령이 됐을 때 받을 돈이 없어진다. 건강보험도 보장범위 확대에만 주력할 뿐 과잉진료와 의료쇼핑 등을 막을 대책은 소극적이다.
외교·안보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북한 도발이 끊이지 않고 중국 러시아도 잠재적 위협으로 떠오른 마당에 한·일 경제갈등에 이어 한·미 동맹까지 균열이 심각하다. 청와대는 “동맹보다 국익”이라며 국가 자존심을 앞세운다. 당장 정권 담당자들은 후련할지 모르지만 국제질서는 힘이 지배하는 냉엄한 세계다. 튼튼한 동맹과 사려 깊은 외교를 통해 국민과 나라 안보를 지키는 게 진정한 국익이란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선거로 선출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5년간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임받았을 뿐,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는 면허증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임기 중 국가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해 다음 정부에 넘겨줄 의무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곧 임기 반환점을 돈다. 미래세대에 어떤 나라를 넘겨줄 것인가 숙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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