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소 가락 타고 훨훨…'날라리'로 돌아온 선미

입력 2019-08-30 17:47   수정 2019-08-31 00:36

가수 선미가 새 싱글 음반 ‘날라리(LALALAY)’로 돌아왔다. 지난 3월 발매한 싱글 음반 ‘누아르(Noir)’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솔로 가수로 입지를 굳힌 ‘가시나’(2017)를 비롯해 ‘주인공’ ‘사이렌’ ‘누아르’ 등 이전에 발표한 곡들이 경쾌하면서도 어두운 면이 있었던 데 비해 ‘날라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발랄하고 발칙한 분위기다.

‘나 몰라라/ 너 몰라라/ 다 몰려와/ 어디에 또 재밌는 거 없나/ 벌떼처럼 Wing Wing/ 그럴수록 Win Win/ 난 날이 선 칼날 위에/ 피리 부는 조그마한 Captain/ You ready Get ready 난 여기서만 날라리 Now.’

은유와 직설화법이 교차하는 가사부터 경쾌하고 도발적이다. 노래가 흐르는 내내 라틴풍의 비트에 우리 전통악기인 태평소 가락이 깔리는 것도 인상적이다. 노래의 상징물로는 ‘날라리’와 어감이 비슷한 나비를 내세웠다.

태평소 가락에 띄운 나비로 발칙하게 돌아온 선미의 도전은 이번에도 통했다. 발매 다음날인 지난 28일 멜론·지니·벅스·엠넷·네이버뮤직·올레·몽키3·소리바다 등 국내 8개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석권했다. 발매 사흘째인 30일에도 오후 2시 현재 멜론 7위를 비롯해 각 음원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날라리’는 선미가 지난 3월 멕시코에서 월드투어 콘서트를 열었을 때 흥이 넘치는 관객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흥이 넘치는 멕시코 관객들이 공연과 하나 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어요. 숙소에 돌아온 뒤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흥의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날라리’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풍물놀이에서 태평소를 ‘날라리’라고 부르는 걸 알았죠.”

발매 당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선미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곧바로 작곡가 겸 DJ인 프란츠(FRANTS)에게 연락해 “다음 신곡에는 태평소 연주를 활용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프란츠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사이렌’ 때부터 함께 일해온 협업 파트너다. 번뜩이는 선미의 아이디어는 ‘날라리’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몽환적이면서 묘한 느낌마저 내는 태평소 가락은 우리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밴드 잠비나이의 이일우가 연주했다.

이날 쇼케이스에서 선미는 나비를 형상화한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혼자서도 우아하고 화려하게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제목이 ‘날라리’여서 날아다니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벌이 아니라 나비로 정한 건 벌은 떼를 지어 다니지만 나비는 단독으로 행동해서예요. 그런 모습이 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했고, 이번 노래에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사실상 해체 상태인 그룹 원더걸스 출신인 선미는 솔로 가수로 2막을 열고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구축했다. 직접 곡을 만들면서 ‘걸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항상 변화와 유지, 대중성과 아티스트 특유의 색깔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중간 지점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변화하고 싶을 땐 주위의 의견을 묻고 ‘이 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시도하죠. ‘날라리’ 역시 그랬어요. 앞으로도 도전과 모험은 계속할 겁니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는 않아요.”

‘날라리’ 이후 신곡 발매 계획도 세워놨다. ‘가시나’부터 ‘날라리’까지 솔로로 발표한 5곡의 제목이 모두 세 글자인 이유를 묻자 의도한 게 아니라며 “다음 곡 제목은 다섯 글자”라고 귀띔했다.

선미는 지난 2월 서울을 시작으로 6월까지 미국·일본·영국 등 세계 18개 도시를 돌며 월드투어를 펼쳤다. 여성 솔로가수로는 첫 도전이었다. 선미는 “앞으로도 해외투어를 통해 우리 음악과 선미를 알리고 싶다”며 “‘선미팝’이라는 장르를 완전히 구축할 때까지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하고픈 말을 담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글=김하진/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hahaha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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