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조삼모사 (朝三暮四)

입력 2019-09-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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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풀이
朝:아침 조
三:석 삼
暮:저녁 모
四:넉 사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원숭이를 너무 좋아해 집에서 수십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는 가족의 양식까지 퍼다 먹일 정도로 원숭이를 아꼈다. 원숭이들 역시 저공을 따랐고 사람과 원숭이 사이에는 의사소통까지 가능해졌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많은 원숭이를 기르다 보니 먹이는 게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저공은 원숭이의 먹이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먹이를 줄이면 원숭이들이 자기를 싫어할 것 같아 머리를 썼다. “앞으로는 너희들에게 나눠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朝三暮四)’씩 줄 생각인데 어떠냐?” 그러자 원숭이들은 펄쩍 뛰며 “아침에 하나 덜 먹으면 배가 고프다”며 화를 냈다. 그러자 저공이 슬쩍 말을 바꿨다.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씩 주는 건 어떠냐?” 그 말에 원숭이들은 모두 좋다고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朝三暮四)’라는 뜻의 조삼모사는 당장 눈앞의 차별만을 따지고 그 결과가 같음은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한다. 간사한 잔꾀로 남을 속이고 희롱함을 일컫기도 하다. <열자> <장자>에 함께 나오는 얘기다. ‘무분별한 복지정책은 조삼모사로 국민을 현혹한다’ 식으로 활용된다. 스스로가 어리석으면 조삼모사에 넘어가기 쉽고, 때로는 정치인들이 조삼모사식 정책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아침에 명령을 내리고 저녁에 고친다’는 조령모개(朝令暮改)와는 뜻이 다르다. 조삼모사는 ‘간사한 잔꾀’에, 조령모개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빗댐에 방점이 있다. ‘조령모개식 부동산정책으로 시장에 편법이 판을 친다’ 식으로 쓰인다.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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