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지층 '인기영합' 아닌 '설득'이 정부 할 일이다

입력 2019-09-01 17:45   수정 2019-09-02 00:16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편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더 내고 더 받는 안, 현행 유지안,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21개월에 걸쳐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여야가 ‘총대’를 멜 가능성은 낮다.

정부가 경사노위에 연금개혁을 떠넘길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국민연금은 현 수급구조가 지속되면 2057년 고갈이 예상된다. 이를 막으려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출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보험료율 인상안이 포함된 개편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대선공약임을 내세워 ‘덜 내고 더 받는 안’을 주문했다. 여론을 의식해 개혁은 외면한 채 비현실적인 방안에만 매달렸으니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국민 전체 이익보다는 지지층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잇따라 펴왔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 노동계가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인 대체근로제 등은 외면했다. 원격진료 등 신산업 규제 완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 개정 등도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라면 지지층에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확고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 정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 갈등 의제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공론화위원회나 합의기구로 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지층의 비위나 맞추는 식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무책임하다. 무엇이 국익을 위한 길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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