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되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12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택 시장은 확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수요자들은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진 오는 10월 전에 집을 마련하겠며 청약에 뛰어들고 있고, 건설사들은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몰리면서 청약 시장은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 내에서는 시행을 두고 엇갈리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는 10월에 개정작업을 마무리하지만 바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고 시장상황 등을 봐서 관계부처가 별도로 판단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주택거래·가격 동향 외에도 일본 수출 규제 영향 등 고려할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2일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분양 시장은 8월 중순까지는 위축됐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정책 발표 이후 예정대로 분양을 진행되고 청약경쟁률도 치솟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후 신규분양을 기다리는 청약대기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수요자와 공급자들 모두 서두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예정된 아파트 분양 물량의 70% 정도가 실제 분양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에 조사(7월31일)한 8월 분양예정단지는 39개 단지, 총 세대수 3만6087가구였다. 일반분양은 2만8143가구였다. 이 중 실제 분양이 이루어진 단지는 28개 단지, 총 세대수 2만5696가구(71%)였으며 일반분양은 1만5936가구(57%)로 나타났다. 일부 단지는 분양일정을 연기했지만, 비교적 계획대로 예정물량이 소화됐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상위 5개 단지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개선 발표 이후 공급한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가 203.75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로 가장 높았다. HUG의 분양가 상한 기준에 맞춰 비교적 합리적인 분양가로 공급된 데다가, 정책변경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신규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청약대기자들의 불안심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일해 직방 매니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후를 기다리기 보다는 분양가만 합리적이면 적용 전임에도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이달 아파트 공급은 넘쳐날 전망이다. 9월은 43개 단지, 총 세대수 2만8410가구 중 2만2201가구가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9월 대비 17개 단지, 총 세대수 1만4714가구(107% 증가), 일반분양 1만1833가구(114% 증가)와 비교하면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전국에서 공급하는 2만8410가구 중 1만5820가구가 수도권에서 분양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에서 9795가구로 가장 많은 공급이 계획됐다. 수도권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와 공공분양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공급된다. 지방에서는 1만259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며, 대구시에서만 3978가구를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서는 6개 단지, 2210가구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상아2차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라클래시’와 개나리4차 재건축 아파트인 ‘역삼센트럴아이파크’ 등 재건축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회피하여 후분양으로 전환한 ‘래미안라클래시’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인 9월에 선분양을 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다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구체적인 지정 지역 및 시기는 향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후 분양예정 물량은 지정 지역 결정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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