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완전히 마무리지었다.
현대차 노조가 2일 전체 조합원 대상으로 진행한 찬반투표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현대차 노조는 울산공장을 비롯한 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체 조합원 5만105명 가운데 4만3871명(투표율 87.56%)이 참여하고 과반수인 2만4743명(56.40%)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앞서 노사는 5월 30일 상견례를 시작해 지난달 27일 22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에는 임금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200만~600만원 근속기간별 차등 지급, 우리사주 15주) 등이 담겼다.
2011년 이후 8년 만에 파업 없이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 타결에 이르렀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5월 노사 상견례에서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을 인상하고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6450억원의 30%(약 4935억원)를 성과급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만 60세인 정년도 64~65세로 연장하자고 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와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2% 급등한 1조2377억원을 기록했지만, 실상은 환율에 의한 착시효과이기에 경영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2분기 영업이익 증가액 2870억원 가운데 환율 효과가 2644억원에 달했다. 환율에 의한 착시효과를 걷어낸 영업이익 증가액은 226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7월 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에 나섰다. 7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파업 찬반투표는 70.54%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8월 1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며 현대차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했다.
파국을 향해 치닫던 노사가 멈춰선 것은 한일 경제전쟁이 본격화되고 미중 무역분쟁이 재발하면서다. 일본이 국가간 신뢰 파탄을 이유로 수출 규제에 나섰고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선택으로 한·일 경제전쟁은 확전 중이다. 미국과 중국 역시 협상을 멈추고 상호 보복관세 부과에 나서며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가 커졌다.
현대차 노조의 성명서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노조는 잠정합의안 도출 직후 성명서를 통해 "미·중 무역 전쟁을 비롯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한국 자동차 산업 침체, 한일 경제 갈등 상황 등이 잠정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교섭이 재개됐고 현대차가 제시한 ‘기본급 4만원, 성과급 150%+270만원’에 성과급 50만원, 격려금 200만~600만원+우리사주 15주가 추가되는 선에서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파업에 나서며 통상임금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경우 노조가 맨손으로 재판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타결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7년째 이어지던 통상임금 논란과 이에 따른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마무리를 지었다. 잠정합의안에는 사실상의 통상임금 소급분인 격려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노조도 2013년 처음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한다.
현대차는 올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이 기존 174시간(법원 판단 기준)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나 직원 시급이 9195원에서 7655원으로 내려가게 돼 최저임금 위반 처지에 놓인 바 있다.
앞서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 1·2차 판결에서 패소한 가운데 미흡하지만 양호한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 냈다"며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 패소하면 아무것도 받지 못하게 되고, 그 책임은 조합원 스스로가 질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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