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3일 14: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09월03일(14:4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일 금융감독 당국 등에 따르면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 증권에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총 5곳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과 행동주의펀드 KCGI, 미래에셋대우와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했다. 나머지 3곳은 재무적 투자자(FI)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이 1곳 이상의 적격 입찰자가 들어오기만 하면 유효 입찰이 성립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곳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SK그룹과 GS그룹, 한화그룹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진행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FI로 들어온 곳 가운데 SK그룹이나 GS그룹의 투자를 받은 곳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거래의 특징은 대주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31%(구주매각)를 얼마에 살지와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발행)에 얼마나 참여할지를 둘 다 적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체 입찰가격을 높게 적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찰금액 중 얼마를 신주 값으로, 얼마를 구주 값으로 써내야 유리할지를 놓고 기업들은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치열하게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약 1조3000억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매각 대상은 대주주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으로, 시장가치는 4000억원 선이다. 다만 구주매각 가격을 시가보다 낮게 써내는 것도 가능하다. 대신 이 경우 신주발행 참여액을 높게 써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그룹 도약 꿈꾸는 애경그룹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가지고 있는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지난 4월부터 지속적으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감추지 않았다. 애경그룹은 삼성증권을 인수합병을 위한 주관사로 선정하고 준비해 왔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있으니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노선 최적화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
창업주 고(故) 채몽인 사장의 장남 채형석 AK홀딩스 총괄부회장이 이끄는 애경그룹은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해 항공산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매출 1조2566억원, 영업이익 1023억원(영업이익률 8.1%)을 올리는 캐시카우다.
애경그룹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기업집단 내 순위가 대폭 상승하는 것은 물론 세계 주요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로 부상할 수 있다. 자회사인 제주항공에다 아시아나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모두 합하면 항공기 보유 대수만 150대에 이르는 대형 항공그룹이 탄생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649%)이 높아 애경그룹에도 부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때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131%에서 351%까지 급등한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고 거래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이 비율은 상당폭 떨어질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현산 컨소시엄 '강력한 의지'
미래에셋대우-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2일 저녁에야 시장에 알려져 막판 입찰 분위기를 띄웠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창업자인 박현주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시아나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인수전에 관심을 가지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금융 및 산업의 분리 원칙(금산분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을 직접 인수할 수 없다. 대신 프로젝트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등 재무적 투자자(FI)로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박 회장이 최종적으로 낙점한 컨소시엄 공동 구성자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다. 박 회장과 정 회장은 고려대 경영대 선후배 관계다. 박 회장은 78학번, 정 회장은 80학번이다. 박 회장은 과거 금호그룹과의 인연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해야겠다는 구상을 오래 전부터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박 회장은 원래 화려한 것은 실속이 없다며 항공업 자체는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개선할 여지가 크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 대형항공사들이 저가항공사(LCC)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높은 이익률을 내는데 왜 그런지,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유심히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은 2017년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를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인수하는 등 여러 사안에서 긴밀히 호흡을 맞춰 왔다. 또 최근 한솔그룹에서 오크밸리를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다각화라는 목적에 꼭 들어맞는다.
호텔신라와 함께 뛰어든 면세점 사업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범(汎) 현대가 차원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과 물류서비스를 우선 이용하기로 한다면 경쟁이 격화되는 항공업 내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다만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최근 지주회사 전환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함께 할 FI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다음주 쇼트리스트 선정 결과가 나와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몸집이 큰 아시아나 인수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KCGI "항공업계 새바람"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 펀드 KCGI도 입찰에 들어왔다. KCGI는 FI 단독으로는 인수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인수전에 손을 잡고 참여할 기업(SI)을 물색해왔다. KCGI는 이날 SI와의 컨소시엄 구성 여부에 대해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인수전을 끝까지 참여하지 않는다 해도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에 투자하고 있는 KCGI로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 참여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FI 단독으로 입찰하는 경우도 쇼트리스트에 넣어 실사를 하게 해 줄지는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의 판단에 달려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날 마켓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SI가 총대를 메는 구조가 아닌
국내외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고민하는 많은 기업들과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항공사, 물류, 항공기리스, IT 등 다양한 업종의 시너지투자자(synergy investors)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일정은
예비입찰 후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는 입찰에 들어온 이들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해 쇼트리스트를 작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 4~5일 가량이 통상 걸린다. 쇼트리스트에 들어온 업체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하여 본격적인 매수자 실사를 할 권리가 있다.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체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보통 예비입찰 이후 예비실사, 우선협상대상자 전성 이후 본실사가 이뤄지는데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번 매각에서 예비입찰 뒤 실사 한 차례만 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실사기간이 적어도 6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사 대상 회사 수만 15개인 데다 연결회계기준으로 매출 규모가 7조원에 달해서다.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10월 중 본입찰이 실시될 전망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이 본입찰에 직접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과 컨소시엄을 이루는 형태로 추가로 들어오는 것은 가능하다.
예비입찰에서도 가격을 적어내지만, 이때의 가격은 구속력이 없다. 반면 본입찰 때 적는 가격은 구속력이 있는 진짜 가격이다. 본입찰 때의 가격을 바탕으로 인수 주체의 자금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게 된다.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면 딜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은 내년으로 예상된다. 인수기업이 인수잔금을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지급하고 주식 소유권을 넘겨받는 시점이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자금을 수혈하는 작업도 이어지게 된다.
시장에선 분리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 금융당국 모두 ‘연내 통매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과 계열 저가항공사(LCC), 금호리조트 등을 가져가서 알아서 다시 팔라는 게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의향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매각이 불발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분리매각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유찰 상황까지 가정하면서 가장 합리적인 비용으로 아시아나를 가져오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박신영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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