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업계 미래 먹거리는 B2B·해외사업"

입력 2019-09-04 17:42   수정 2019-09-05 01:26

비트코인 거품이 꺼지면서 함께 사그라진 듯했던 ‘블록체인의 열기’, 이곳에서만큼은 아니었다. 유명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가 4일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에는 업계 관계자 1000여 명이 몰렸다. 운동화와 티셔츠 차림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임직원이 대부분이었고 외국인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업비트 창업자인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블록체인이 대중에게 가상화폐로 먼저 알려지다보니 투기 수단으로 인식된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제도권 회사와 유명 기업들이 가상화폐 사업에 진출하면서 금융과 경제의 주류로 편입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 행사에선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야놀자 등 유명 기업이 참석해 블록체인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불확실성 가득한 가상화폐업계

송 의장의 설명대로 최근 가상화폐업계는 해외에서 연이어 쏟아진 ‘호재’에 고무돼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ICE와 JP모간, 피델리티 등이 가상화폐 사업에 나섰고 페이스북, 월마트, 네슬레 등도 가세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6월 발표한 가상화폐 규제 관련 권고안도 이런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권고안은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거래소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화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도 기조를 일정 부분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전 카카오 대표)는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단기간에 바뀔 것으로 보긴 힘들다”면서도 “가상화폐거래소 대표끼리 모여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거래소들은 한동안 ‘비트코인 광풍’에 힘입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 4796억원, 영업이익 2853억원을 올렸다. 코인 거래 때마다 현금으로 들어오는 수수료 덕에 영업이익률이 59.6%에 달했다. 하지만 세계 최상위를 달리던 거래량이 급감해 올해부턴 실적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 실명계좌 발급이 막혀 신규 가입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부정적 이미지도 넘어야 한다.

B2B·해외사업 공략 나서

이 대표는 “가상화폐거래소가 거래 수수료로 많은 돈을 버는 시절은 곧 끝날 것”이라며 “부지런히 다른 사업을 찾아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시장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인터넷증권사의 등장 이후 수수료율이 0%에 가까워졌듯 가상화폐거래소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업비트는 개인이 아니라 기업을 겨냥한 B2B(기업 간 거래)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상화폐를 취득하려 해도 보안과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회사가 많다”며 “이들의 자산관리를 돕는 ‘업비트 엔터프라이즈’ 영업을 조만간 시작해 사업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가상화폐거래소도 열었다. 다만 코인과 관련된 회사라는 ‘낙인’ 탓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송 의장은 “각종 컨설팅·솔루션을 안전하게 제공하기 위해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은행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라고 했다. ‘블록체인 생태계 육성’을 내세워 지금까지 600억원을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천=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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