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 등으로 공모주 투자심리가 위축돼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공모가를 제시한 탓이다. 다만 공모가가 저렴해진 데다 상장 후 6개월 동안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공모주를 되사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일반 청약에서 개인들의 투자 매력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리패스·라닉스, 몸값 확 낮춰 상장 시도
이달 20일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올리패스는 4일 공모가를 2만원으로 확정했다. 공모 주식 수도 당초 80만 주에서 70만 주로 줄이기로 했다. 올리패스 공모가는 당초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3만7000~4만5000원)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할인율이 최상단에 비해서는 55.6%, 최하단에 비해서도 45.9%에 달한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이틀 동안 진행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이 흥행을 거두지 못한 것을 반영한 조치다. 기관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1.07 대 1로 낮았고, 상장 후 일정 기간 보호예수하겠다는 물량도 0.4%에 그쳤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이 맡았다.
자동차 통신 솔루션 기업으로 이달 18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라닉스도 이날 공모가를 6000원으로 확정했다. 희망가격 범위(8000~1만500원) 최상단보다 42.9%, 최하단보다는 25.0% 할인한 것이다. 라닉스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51.68 대 1에 그쳤고, 상장 후 일정 기간 공모주를 보호예수하겠다는 수요는 전무했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 투자기관 관계자는 “무엇보다 증시 침체 여파가 공모주시장에도 미쳤다”며 “미래 성장성을 내세운 공모기업에 대한 기관의 투자심리가 최근 좋지 않고, 이는 라닉스와 올리패스의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라닉스와 올리패스는 성장성 특례상장을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2·3호 사례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증권사가 추천한 중소·벤처기업에 상장 요건을 낮춰주는 제도다. 현재는 적자거나 적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증권사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증’해 준 기업들이 주로 활용한다. 지난해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바이오기업 셀리버리 주가가 공모가(2만5000원)를 한참 웃도는 ‘대박’을 치면서 후속 기업들도 이 성공 사례를 이을지 여부가 공모주시장의 관심사였다.
풋백옵션으로 개인 투자심리 잡을까
라닉스와 올리패스는 5~6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반 청약에 돌입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를 일반 청약에서 뒤집는 ‘반전’을 이뤄낼지 주목하고 있다.
공모가가 저렴해진 데다 성장성 특례상장 기업의 주관 증권사가 개인 공모주 청약자에게 부여하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성장성 특례상장을 활용하는 공모기업의 일반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은 상장 후 6개월 동안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되사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개인투자자에게는 손실폭을 최대 10%로 제한하는 ‘안전장치’가 된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환매청구권을 행사하려면 일부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환매청구권은 일반 청약에 참여해 받은 공모주에만 해당되고 배정받은 계좌에서 공모주를 인출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모주를 받은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환매청구권을 행사한 날 직전에 코스닥지수가 폭락했을 경우에는 증권사가 되사주는 가격이 공모가의 90% 수준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이고운/이우상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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