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5년은 IMF 이후 유례없었던 최악의 불황국면이었다. 주택 부문에서는 미분양과 미착공 PF 사업을 정리하는 데 오랜 시간과 충격적인 수준의 손실처리가 필요했으며, 주택 손실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쯤 해외 플랜트 관련 대규모 부실이 본격화됐다.
당시 건설업체의 불황 국면은 거의 8년의 기간에 걸쳐서 나타났다. 100대 건설업체 중 절반 이상이 부도 또는 워크아웃을 겪었으며, 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 등을 단행하면서 오로지 생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한 건설 경기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분양물량 확대에 따라 주택 부문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부문 역시 악성 프로젝트가 대부분 종료되면서 본격적으로 손실이 감소하거나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8년 상장 건설업체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재무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이나 현금성 자산 비중 등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개선됐다.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금융비용 부담도 크게 감소했다.
대부분 건설업체는 이제 생존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이용 방법 전략을 이야기한다.
역사가 되풀이된다면, 지금이야말로 건설 경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관련 규제와 추석 이후 시행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등이 정책의 실패로 불황을 가속화할 수 있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추석 이후 건설 경기는 전체적으로 하강 국면이 예상되며, 이번 건설 경기 침체의 특징은 양극화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같은 급격한 하락이 아니라 속도가 느린 불황 국면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엔 다르다.-케네스 로고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위기는 반복되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알아채기 어렵다. 과거의 건설 경기 악화는 급격한 경기 위축 또는 유동성 위기에서 발생했으며, 급격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모두 동원해 경기 회복을 위한 대응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2~3년 정도의 시간 이내에 빠른 회복이 가능했다.
급격한 건설 경기 둔화가 아닌 느리고 긴 건설 경기 불황을 전망하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지난 4년간 공급과잉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했던 2015년 이후 분양물량은 오히려 감소해왔으며, 다시 주택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해의 신규 주택 공급은 최근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공급에 대한 부담이 컸던 지방에서도 급격하게 신규 분양이 줄어들면서 미분양 등에 따른 충격이 나타나기 어렵다.
양극화가 앞으로 건설 경기의 핵심 특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체 주택 시장의 공급 패러다임이 건축비보다 브랜드를 중요하게 보는 재건축·재개발 중심으로 이미 이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전체 분양시장에서 대형 건설업체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20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소폭 증가했으나, 민간 부문의 기성 감소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재건축·재개발 비중이 크지 않은 대부분 건설업체는 외형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과거 분양에서 확보한 풍부한 현금을 이용해 건설이 아닌 다른 형태의 업종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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