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백브리핑을 요구하는 취재기자들을 향해 4일 "야당의 스피커", "이러니 기레기 소리나 듣지"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의 '국회 회의실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를 연 것이 국회 내규를 위반한 게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검증되지 않은 채 기사를 낸 책임은 어떻게 질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 대변인은 질문을 한 기자를 향해 "(야당이) 변죽 올리는 방식에 협조하고 야당의 스피커가 되는 방식 아니냐"며 "지금 볼펜이 일제니 아니니 그런 거 집착할 때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조국 후보자가 지난 2일 기자간담회 당시 일제 제트스트림 볼펜을 썼다는 일부 보도를 언급한 것이다.
이에 해당 기자는 '볼펜을 묻는 게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지만, 이 대변인은 "기자 여러분들 좀 반성하라"며 "그런 방식으로 취재하지 말라고 조언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거듭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내규 위반이 맞다고 해서 질의하는 것'이라고 질문하자 이 대변인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나경원 대표 (경찰) 출석, 그건 취재하셨냐?"고 뜬금없는 답변을 하며 "사소한 변두리에 있는 것들로 국민의 시선을 돌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또 퇴장하는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 기자에게도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기사 가치 없어 답 안했는데 뒤에서 왜 찍냐"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변인은 "이러니 '기레기' 소리 듣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언론의 보도형태를 힐난하며 ‘장난하냐’, ‘본인의 기사에 자신있냐’고 물었다. 이에 기자는 "내 기사에 자신있다"고 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논란이 일자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유를 막론하고 표현이 부적절했다"며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부적절한 표현을 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언론을 향해 "정치권에 와서 느낀 건 언론이 여당이 무슨 얘기를 했고 야당이 무슨 얘기를 했고 이런 것에 키포인트해서 나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에 각자 입장이 무한반복되는 보도 행태보다 검증해서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 그런 부분을 꼼꼼하게 언론계에서 체크해서 정치인들과 긴장 관계 유지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홍 대변인의 대리 사과에도 이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레기' 발언에 대해 "저도 깊은 유감을 표하겠다"라면서도 "질 낮은 취재에 대한 반성 없이 사건을 부풀리며 호도하려는 것에는 더욱 유감"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의 막말 논란에 한국당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려하고, 조금의 비판이라도 쏟아지면 잘못된 행태로 매도해버리는 모습이 조 후보자와 너무도 닮아있다"고 논평을 냈다.
황규환 한국당 청년부대변인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출입기자도 ‘기레기’로 만들어버릴 수 있고, 합리적 비판도 ‘자유한국당 편들기’로 매도해 버리는 민주당의 인식이 안타까움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면서 "당의 입장을 언론을 통하여 국민에게 전달해야하는 대변인으로서의 기본책무마저 망각한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전형이다"라고 꼬집었다.
황 부대변인은 "지난 6월 민주당의 논평을 그대로 돌려드리겠다. 이재정 의원은 대변인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정치인으로서 ‘본인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는지?’에 자성의 시간을 갖는 묵언수행부터 실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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