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IOC "정치적 목적 안돼"

입력 2019-09-05 11:19   수정 2019-09-05 11:20



도쿄올림픽에서 사실상 욱일기 사용이 허용됐다.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관중들이 욱일기를 흔들며 응원할 수 있고, 해당 중계 화면이 전세계에 송출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즉각 반발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외교부에서 욱일기 사용을 올림픽·패럴림픽 때 사용하지 말 것으로 요청했다. 이와 함께 욱일기를 활용한 유니폼·소품 반입, 응원 행위 금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일본 산케이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욱일기를 반입 금지품으로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욱일기가 일본 내에서 사용되고 있고, 그 자체가 정치적인 의미를 담은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욱일기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게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는 것.

욱일기는 1870년 5월 15일 일본 육군기로 채택됐다. 이후 1868년 메이지 유신을 거쳐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욱일기는 천왕의 군대를 상징하게 됐다.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으로 패망하기 전까지도 일본군의 군기로 사용됐다.

일본이 전범국가로 국제적인 지탄을 받으며 욱일기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1954년 6월 30일부터 일본의 해상자위대기로 다시 채택됐다.

일본은 욱일기가 "정치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7세기 아스카시대부터 '떠오르는 태양'이 일본을 상징했고, 오래전부터 내려온 일본의 고유 문화라는 것.

일본 외무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영문 안내도를 지난 5월부터 게시하기도 했다.

IOC(국제 올림픽위원회)는 일본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욱일기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선 안된다"면서도 욱일기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경기장에 욱일기가 반입되는 것에 대해서도 금하지 않으면서 "모든 경기장은 정치적 시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림픽에서 정치적인 표현을 드러내는 건 '올림픽 헌장' 50조(정치적, 종교적, 인종차별적 시위나 선전 활동을 금한다)에도 명기할 만큼 절대적인 금지 사항이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25일 공개한 패럴림픽 메달 디자인에도 욱일기를 연상케하는 문약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해당 디자인을 항의했고, 메달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는 이 디자인에 대해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하나로 모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노골적으로 욱일기 사용을 용인한 것.

일본은 앞서 2014년 월드컵 당시 일본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에 11개의 방사형 문양이 새겨진 것을 두고 FIFA 공식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떠오르는 태양에서 뻗어나가는 빛을 형상화한 디자인(A rising sun ray textured designs)'이라고 설명했다. 또 FIFA는 당시 일본 축구를 집중 조명한 공식 주간지 표지에 욱일기 문양을 사용했다 항의를 받고 일장기 장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측은 "“IOC가 독일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달리 전범기인 욱일기에 대해서는 그 의미와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 금지를 IOC에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부도 "욱일기가 주변 국가들에게 과거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일본 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이 겸허한 태도로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사항이 시정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함께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군국주의 역사를 꾸준히 고발해 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전 세계인들이 다 지켜보는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가 나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임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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