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주당의 '정체불명' 여론조사 해석

입력 2019-09-05 17:18   수정 2019-09-06 00:11

“어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 생중계를 보신 분들은 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인천 고잔동 서울화장품 인천공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발언을 시작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이 산업 현장에서 일본 경제보복 관련 대응책을 강구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이 대표는 그러나 행사 취지와 달리 발언 내내 조 후보자 문제만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조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며 “어제 여론조사 결과는 1.5%(포인트) 차이로 좁혀져 ‘임명해도 좋겠다’와 ‘임명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가운데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와 찬성 간 의견 격차가 1.5%포인트로 좁혀진 사례는 없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수치를 잘못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전날) 자체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이라며 다른 대답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주체가 어디든 간에 이 대표의 해석이 섣부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는 “통상 어떤 사건이 벌어진 뒤 여론이 형성되려면 닷새 이상 걸린다”며 “3일 새벽 끝난 기자간담회 후 당일에 여론조사를 한 뒤 간담회로 인해 찬성이 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는 표본 선정의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뤄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응한 이들 중 60.6%가 ‘간담회를 직접 시청했다’고 답했다. 정작 간담회 시청률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을 다 합쳐도 13.8%에 불과했다. 유튜브 등 인터넷 시청과 다시보기 등을 감안해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직접 시청한 응답자는 임명 찬성 응답이 53.4%였던 데 비해, 미(未)시청 응답자는 찬성이 35.6%에 불과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관심을 갖고 간담회를 시청한 조 후보자 지지층이 조사에 많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시행했다는 여론조사에 관해서는 조사 방법과 표본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간담회 이후 검찰 수사에서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동양대 표창장 조작 의혹 등 추가 의혹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와 그의 가족이 혹시라도 검찰 포토라인에 섰을 때 민주당은 또 어떤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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