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인천 고잔동 서울화장품 인천공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발언을 시작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이 산업 현장에서 일본 경제보복 관련 대응책을 강구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이 대표는 그러나 행사 취지와 달리 발언 내내 조 후보자 문제만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조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며 “어제 여론조사 결과는 1.5%(포인트) 차이로 좁혀져 ‘임명해도 좋겠다’와 ‘임명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가운데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와 찬성 간 의견 격차가 1.5%포인트로 좁혀진 사례는 없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수치를 잘못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전날) 자체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이라며 다른 대답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주체가 어디든 간에 이 대표의 해석이 섣부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는 “통상 어떤 사건이 벌어진 뒤 여론이 형성되려면 닷새 이상 걸린다”며 “3일 새벽 끝난 기자간담회 후 당일에 여론조사를 한 뒤 간담회로 인해 찬성이 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는 표본 선정의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뤄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응한 이들 중 60.6%가 ‘간담회를 직접 시청했다’고 답했다. 정작 간담회 시청률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을 다 합쳐도 13.8%에 불과했다. 유튜브 등 인터넷 시청과 다시보기 등을 감안해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직접 시청한 응답자는 임명 찬성 응답이 53.4%였던 데 비해, 미(未)시청 응답자는 찬성이 35.6%에 불과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관심을 갖고 간담회를 시청한 조 후보자 지지층이 조사에 많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시행했다는 여론조사에 관해서는 조사 방법과 표본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간담회 이후 검찰 수사에서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동양대 표창장 조작 의혹 등 추가 의혹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와 그의 가족이 혹시라도 검찰 포토라인에 섰을 때 민주당은 또 어떤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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