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9억5000만달러(약 8조34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7% 줄었다. 반도체·석유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대폭 줄었다. 이마저도 국내 대기업의 베트남 법인 한 곳에서 ‘조(兆) 단위’ 배당을 한 덕분에 흑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진 것이다.
수출 8개월째 내림세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 7월 경상수지는 69억5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흑자 규모는 지난해 10월(93억5000만달러) 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하지만 경상수지는 매년 6~9월께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이를 실적 개선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7% 줄어든 것이다. 올해 1~7월 경상수지 흑자는 총 287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3%(87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 것은 상품수지(수출액-수입액) 흑자가 쪼그라든 영향이다. 7월 상품수지 흑자는 61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07억9000만달러) 대비 반 토막 났다. 7월 수출액은 48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7월(541억8000만달러)보다 10.9 감소했다. 전년 동월 기준으로 8개월 연속 내림세다. 반도체와 석유 제품 가격이 떨어졌고 철강 제품 수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세계 교역량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입은 국제 유가 하락 여파 등으로 3% 줄어든 420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수입액도 계속 줄고 있지만 수출액이 더 줄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축소된 것이다.
여행과 운송 거래 결과를 나타내는 서비스수지는 1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30억9000만달러 적자) 대비 적자 폭이 줄었다. 국내를 찾은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11억8000만달러)가 작년 같은 기간(14억9000만달러 적자)과 비교해 감소한 결과다.
본원소득수지 최대였지만…
배당 이자 등 투자 소득을 가리키는 본원소득수지는 7월 30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역대 최대다. 경상수지 흑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본원소득수지 흑자로 채워진 것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늘어난 것은 배당소득 수입이 28억9000만달러로 작년 7월(14억7000만달러)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덕분이다. 일부 기업이 해외법인의 이익잉여금을 배당 형태로 회수했다. 한은 관계자는 “7월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자(원화 가치 하락) 국내 기업이 환차익을 노리고 해외법인의 달러 등 외화 자산을 국내로 들여온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한 기업의 베트남법인이 올 7월 조 단위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효성, 오리온 등이 베트남 현지에서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 적잖은 잉여금을 쌓아놓고 있다”며 “이들 회사 가운데 한 곳이 배당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본원소득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가 불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조재길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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