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국가 간 화폐의 교환비율
재화를 거래하듯 화폐도 거래한다. 이때 거래 비율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환율이라고 부른다. 국제 시장에서 국가들은 다양한 거래를 한다. 이때 화폐는 기본 수단이다. 물건 값이 다르듯 화폐 가치도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화폐간 교환비율이 바로 환율이다.
외화 1단위와 교환되는 자국 화폐의 크기인 경우 ‘자국통화표시환율’, 자국화폐 1단위와 교환되는 외화의 크기를 표기하면 ‘외국통화표시환율’이라고 한다. 보통 뉴스에서는 자국통화표시환율 즉, ‘1달러=1000원’ 식의 환율 표기를 사용한다. 환율도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증가하면 환율은 상승한다. 달러화 공급이 증가하면 환율은 하락한다.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1달러=1000원에서 1달러=1200원으로 바뀌는 것과 같다. 다른 표현으로는 원화 가치 하락, 달러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가치 상승, 달러 가치 하락으로 표현한다. 환율과 통화 가치를 잘 구분해야 한다.
환율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 물가는 하락하고, 수입 물가는 오른다. 가령 1달러에 1000원에서 1달러에 1200원으로 환율이 오르면 1만2000원에 판매되는 한국 제품의 국제 시장에서 가격은 12달러에서 10달러로 하락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국제 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 제품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에 수입은 감소한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한다.
환율전쟁
환율의 기본적인 메커니즘 때문에 각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환율전쟁’도 불사한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린 경우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라 불리는 경제정책을 통해 일본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일본 중앙은행이 대규모 국채 등을 매입하며 엔화의 유통을 늘리면서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 미·중 간 환율전쟁 또한 자국 수출 기업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국가 간 갈등으로 볼 수 있다. 유럽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하며 유로화 가치에 영향을 주었다. 글로벌 경제가 해당 지역의 이익을 위해 환율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 정책을 펼치며 보이지 않는 환율전쟁이 진행 중이다. 최근 미·중 간 마찰은 환율에 대한 국가 간 갈등이 드러난 것이다.
환율 개입의 부작용
하지만 자국 통화 가치가 평가절하돼 수출이 늘어나면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자국 통화 가치가 평가절하되면 수출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수입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수입 물가가 상승해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수입한 재료를 써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생산자 물가도 덩달아 높아지며, 결국 가격이 올라 소비자 물가가 덩달아 오른다. 소비자에게 부담이 옮겨지는 것이다. 이는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불황을 드리운다. 환율 변동에 따라 기업의 생산·고용·투자가 연쇄적으로 반응해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소득 근로자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인 최저임금제도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일자리를 오히려 사라지게 한 것처럼 시장의 인위적인 개입에는 대가가 따른다. 환율의 영역 또한 마찬가지다. 시장은 역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환율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환율 조작국
자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에 유리하게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를 말한다. 미국은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과 2015년 제정된 ‘무역(교역)촉진법’에 근거해 2016년부터 매년 4월과 10월 어느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를 담은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은 1) 대미(對美) 무역 흑자 200억달러 이상 2)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3% 이상 3) 외환시장 개입이 1년 중 8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그 비용이 GDP의 2%를 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서 금리 인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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