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락의 IT월드] 페이스북, '좋아요'에서 '데이팅'으로 이동한다

입력 2019-09-06 10:27   수정 2019-09-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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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좋아요’(likes)에서 ‘사랑’(love)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애인 찾기 서비스인 ‘데이팅’ 기능을 선보였다. 이 기능은 만 18세 이상인 페이스북 이용자가 쓸 수 있다. 페이스북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데이팅 프로필을 만들면 친구의 친구, 또는 친구 그룹에 속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누군가를 데이팅 상대로 추천해준다. 이용자들은 나이나 종교, 키 등 원하는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데이팅 기능을 쓰는 이용자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의 프로필 아래에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를 눌러 호감을 표현할 수 있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으면 매칭이 성사된다. 데이팅 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지만 사진이나 동영상 등은 공유할 수 없고, 송금도 할 수도 없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부적절한 사진이나 동영상이 데이트 경험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중에 원하는 메시지 서비스로 이동하기 전에 서로의 신뢰를 쌓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데이팅 기능에는 예정된 데이트 장소나 사는 곳 등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친구와 공유해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안전 장치도 마련돼 있다.

데이팅 계정 프로필은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름과 나이 등을 가져와 생성된다. 페이스북은 이를 제외하면 두 계정은 대부분 별도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용자가 원하면 데이팅 프로필을 기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과 더욱 긴밀하게 통합할 수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데이팅 프로필에서 공유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또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데이팅의 ‘비밀 사랑’(secret crush)에 추가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은 페이스북 친구나 인스타그램 팔로어 가운데 자신이 반한 사람을 표시하고 서로가 호감이 있는지 확인하게 해준다.

페이스북은 데이팅 기능을 2020년 초까지 유럽 등지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능은 지난해 5월 페이스북 개발자대회에서 최초로 공개된 뒤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등 19개국에서 출시됐다. 한국 출시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데이팅 기능이 사람들에게 관심사나 행사, 집단 등의 공통점을 통해 의미 있는 관계를 시작하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말 자사 개발자대회에서 “미래는 프라이빗(The future is private)”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금껏 페이스북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소통하는 ‘디지털 광장’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지만, 이제 우리는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디지털 거실’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타임라인에서 ‘좋아요’ 클릭 수를 숨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용자들이 ‘좋아요’ 숫자에 남을 부러워하거나 자기검열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소셜미디어 개발자들 사이에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과 같은 플랫폼이 ‘좋아요’를 얻기 위한 경연대회처럼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CNN은 이번 페이스북의 데이팅 기능 출시가 관련 앱 시장의 경쟁을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페이스북의 데이팅 기능 발표 뒤 인기 데이팅 서비스 ‘틴더’와 ‘매치’, ‘OK 큐피드’ 등을 보유한 매치그룹의 주가는 장중 5% 이상 하락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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